'부산행'→'범죄도시2'…마동석은 어떻게 천만요정이 되었나

by김보영 기자
2022.06.15 05:00:00

꾸준한 다작…'베테랑' 카메오·'부산행'으로 스타 등극
21인치 팔뚝 핵펀치…약자에겐 약한 소시민 히어로
거친 외모 반전되는 귀여움·재치…광고계도 접수
"순발력·기획력 뛰어나…독특한 외모를 '기회'로 승화"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슈퍼 히어로까진 아니더라도 ‘소시민 히어로’ 정도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배우 마동석은 지난 2017년 ‘범죄도시’ 시즌1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마석도 캐릭터로 ‘한국형 히어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는 세간의 평가에 이렇게 답했다.

악으로부터 소시민들을 구해내는 마동석의 ‘빅펀치’가 코로나19로 견고해진 천만 영화의 벽을 한방에 무너뜨렸다. 마동석은 최근 자신이 주연 및 제작을 겸한 영화 ‘범죄도시2’를 ‘천만 영화’로 이끌었다. 앞서 ‘부산행’(2016), ‘신과 함께-죄와 벌’(2017), ‘신과 함께-인과 연’(2018)도 천만 관객을 모았지만 원톱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의 천만 관객돌파는 이번이 처음이다.

21인치의 우람한 팔뚝에 맨주먹으로 빚은 강펀치, 험상궂은 인상에 대비되는 천진난만한 미소. 마동석이 2004년 이후 18년간 수십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일궈낸 전매특허다. 마동석은 이 독보적 캐릭터로 자타공인 ‘천만 요정’에 등극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흥행 보증수표가 된 마동석의 매력을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거친 외모와 반전되는 귀여움, 심각한 상황을 풀어주는 즉석 유머,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움”으로 꼽았다. 초능력을 지닌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기존 히어로물과 달리 악당을 무찌르는 주인공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직업을 지닌 인물이라는 점은 그 매력을 특히 배가시킨다고도 덧붙였다.

(사진=에뛰드 하우스 광고 화면 갈무리)
2004년 영화 ‘바람의 전설’ 단역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마동석(51)은 키 178cm, 몸무게 100kg의 거구를 활용한 맨몸 액션 연기로 수많은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며 존재감을 다졌다. 처음 대중의 주목을 받은 작품은 ‘비스티 보이즈’(2008)다. 당시 강남 사채업자 역할로 등장했던 그는 돈을 갚지 않는 주인공을 잔인하게 응징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실제 조폭을 섭외했다는 웃지 못할 소문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후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등 느와르물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이다 2012년 주연작 ‘이웃사람’으로 본격적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의 맨주먹 액션도 이때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천만 영화 ‘베테랑’(2015)은 그의 별명 ‘마요미’(마동석+귀요미)를 공고히 한 전환점이다. 카메오였던 마동석은 극 말미 명동 아트박스 사장 역할로 잠깐 등장했지만 주인공인 황정민, 유아인만큼이나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웃음기와 살기를 동시에 띤 실눈과 우람한 풍채, ‘동네 난리 쳐 놓고 어딜 가?’란 살벌한 대사와 대비되는 ‘아트박스 사장’이란 아기자기한 직업이 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대중의 취향을 완전 저격했다”며 “평범한 소시민 히어로의 이미지도 여기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핑크색 옷에 앞치마를 능청스럽게 소화해내며 다양한 화장품 광고에 출연한 그는 할리우드 진출작인 마블 히어로 영화 ‘이터널스’에서도 ‘마요미’, ‘마블리’(마동석+러블리) 이미지를 십분 활용해 웃음을 안겼다.

영화 ‘부산행’ 스틸컷.
이후 첫 천만 타이틀을 안겨준 영화 ‘부산행’으로 가족과 동료, 소시민에게 한없이 약하고 악당에겐 무자비한 지금의 상남자 이미지를 제대로 구축했다. 뒤이어 ‘범죄도시’(2017), ‘신과 함께’ 시리즈, ‘시동’(2019), ‘나쁜 녀석들: 더 무비’(2019) 등을 거쳐 ‘마동석’이란 장르로 자리매김했다는 업계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역할에 제약이 될 수 있는 독특한 외모와 신체적 특징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 캐릭터로 적용한 그의 뛰어난 기획력에 주목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배우 겸 제작자로서 ‘범죄도시’ 시리즈를 연달아 성공시켰다는 건 그만큼 기획력이 강하고 아이디어가 많다는 방증”이라며 “꾸준한 연구와 논의, 자기 분석을 통해 어떤 작품에서든 자신에게 딱 맞는 캐릭터를 구현해낸다”고 설명했다. 또 ‘아트 박스 사장인데’, ‘응 나 싱글이야’ 등 그의 작품들 속 극의 심각한 상황을 풀어주는 웃긴 대사나 제스처 전부 그의 순간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임을 강조하며, “제작자로서의 기획력과 배우로서의 순발력, 재치가 어우러져 시너지를 낸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소처럼 일하는 성실함과 에너지, 열정을 언급했다. 마동석과 2008년 ‘비스티보이즈’부터 ‘범죄도시’ 시리즈까지 쭉 함께 호흡한 제작자인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배우로서 시나리오의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며 “대본 속에 살아 숨 쉬는 캐릭터의 매력을 극의 큰 흐름에 엇나가지 않게 발굴하는 열정을 보며 아주 의욕적이고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그를 평했다. 제작자로서 마동석의 모습에 대해선 “기획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면서 단순했던 시나리오 내용을 심층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재능을 가졌다”며 “현장에서 배우로 오래 활동한 경험이 제작자로 활동할 때도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뚜렷한 비전으로 확실히 일을 진행하고 주도하는 리더십을 지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