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이혼·불화…자극으로 가는 '부부 예능'
by김가영 기자
2022.05.25 00:01:00
스타 부부의 다정한 일상에서 불화·갈등 조명
이혼 부부 재회부터 오은영 등판으로 차별화
"자극적인 관찰 카메라 보다 솔루션 집중해야"
|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포스터(사진=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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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부부 예능이 변화하고 있다. 다정한 일상을 보여주던 스타 가족들 대신 갈등과 위기를 털어놓는 셀럽들이 카메라 앞 자리를 늘려가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최근 부부 예능들은 갈등 양상을 잡는데 집중하다 보니 자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서구의 과거 리얼리티 쇼처럼 흘러가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어느새 방송가는 부부들의 고민 상담소가 됐다. 각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유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부부의 갈등과 고민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혼 부부를 소재로 한 예능인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가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이혼을 해서 남이 된 부부가 한 집에서 살아보면서 이혼 가정의 현실적인 고민들을 보여주고 또 재결합의 가능성까지 제기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당겼다.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까지 제작됐다.
| ‘우리 이혼했어요 시즌2’ 포스터(사진=TV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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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항해 MBN은 10대 엄마, 아빠를 소재로 한 예능 ‘고딩엄빠’를 제작해 10대 부부의 일상과 고민들을 담아내고 있다. MBC는 지난해 ‘다큐플렉스’에서 선보였던 ‘오은영 리포트’를 시즌2 ‘결혼지옥’으로 제작해 부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오은영 박사가 멘토로 나서 부부의 고민을 들어주고 솔루션을 전해주는 포맷이다. 육아 관련 프로그램들에서 조언자 역할로 대중의 신뢰를 쌓으며 방송가의 대세로 자리 잡은 오은영 박사가 나선다는 점이 경쟁력이자 차별점으로 꼽힌다.
OTT에서도 부부의 갈등을 소재로 한 예능을 제작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티빙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결혼과 이혼 사이’다. ‘결혼과 이혼 사이’는 각기 다른 이유로 이혼을 고민하는 네 부부의 결혼생활을 담아내고 변호사 상담 등을 통해 결혼과 이혼을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SBS ‘자기야’, ‘동상이몽’ 시리즈부터 TV조선 ‘아내의 맛’, ‘와카남’까지 부부 생활 리얼리티는 방송가에서 꾸준히 볼 수 있던 장르다. 연기, 노래 등 일의 결과물로 보여주는 모습이 아닌 스타의 실제 생활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로 꼽혀왔다. 스타 개인의 모습보다 배우자와 일상은 꾸밈이 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 더 폭넓은 연령대의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초점이 부부의 갈등과 불화로 옮겨온 것은 기존 다정하고 행복한 일상이 식상한 소재가 됐기 때문이다. 최영균 문화평론가는 “스타 부부의 행복한 모습이 이전에는 선망과 대리만족의 대상이 되며 사랑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시청자들이 대리만족 보다는 공감과 자극적인 소재에 반응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면서 “몇몇 방송들이 시청률, 화제성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주자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또 다른 예능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등, 불화를 담는 만큼 부부 예능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배우자를 향해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 등이 등장하며 선정성 논란도 불거졌다. 결국 이들의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이 나오는데, 그런 과정보다는 갈등을 담는 관찰 카메라에 더 초점이 맞춰지며 제작진이 내세우는 기획 의도가 퇴색하고 있다.
진정성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부부 갈등을 털어놓았던 시청자가 방송 전후 SNS를 통해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거나, 방송의 모습에 대해 해명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모습은 방송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정 평론가는 “시청률, 화제성을 위해 누군가의 사생활을 자극적으로 잡아내서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관찰예능의 수위를 갈수록 높인다는 문제가 뒤따른다. 이런 장면들에 익숙해지면 다른 예능들은 밋밋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라며 “대부분은 방송을 통해 부부관계를 돌아본다는 기획 의도를 내세우는데 실제로 이에 합당하게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점검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들이 나와서 솔루션을 해주는데, 관찰카메라보다 솔루션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