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뮤직·드림어스 "아시아의 힙노시스 되겠다" [인터뷰]

by윤기백 기자
2022.05.04 05:00:00

이장원 대표·신상규 부사장 인터뷰
전략적 파트너로 글로벌 음원 IP 투자 확대
비욘드뮤직, 경쟁력 앞세워 IP 확보에 집중
드림어스, IP 밸류업·독점 유통 통해 시너지
"연내 1조 규모 亞 최대 IP 매니지먼트 도약"

이장원 비욘드뮤직 대표(왼쪽)와 신상규 드림어스컴퍼니 콘텐츠사업본부장(사진=각사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아시아의 힙노시스를 꿈꾼다.”

‘음원 IP 전문 투자 및 매니지먼트 기업’ 비욘드뮤직과 ‘플로(FLO) 운영사’ 드림어스컴퍼니가 글로벌 음원 IP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양사는 지난 3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음원 IP 투자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비욘드뮤직이 우수한 음원 IP 확보에 주력한다면, 드림어스컴퍼니는 비욘드뮤직이 보유한 음원 IP의 가치를 극대화해 시너지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데일리는 이장원 비욘드뮤직 대표, 신상규 드림어스컴퍼니 콘텐츠사업본부장(부사장)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상규 드림어스컴퍼니 콘텐츠사업본부장(사진=드림어스컴퍼니)
신상규 본부장은 비욘드뮤직을 파트너사로 선정한 이유로 ‘경쟁력’을 꼽았다. 지난해 3월 설립된 비욘드뮤직은 KNC뮤직에 이어 FNC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해 총 2만3000여곡, 1300억원 규모의 음원 IP를 보유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프랙시스캐피탈로부터 200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총 2900억 규모의 음원 IP 자산운용액(AUM)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음원 IP 인수건을 두 번 연속으로 성료 시킨 비욘드뮤직은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한 국내 최대 음원 IP 전문 매니지먼트사로 자리매김했다.

신상규 본부장은 “지금껏 음원 IP를 확보하려는 기업이 여럿 있었지만, 비욘드뮤직처럼 큰 그림을 그리고 인수 합병에 나선 기업은 없었다”며 “재원 마련 능력도 출중하고 경쟁력 있는 IP를 확보하고자 속도감 있게 움직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FNC인베스트먼트의 전환사채를 비욘드뮤직에게 양도하면서, 비욘드뮤직의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게 됐다”며 “지분 홀더뿐 아니라 비욘드뮤직이 보유한 IP의 밸류를 높이는 활동에 있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 손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상규 본부장은 음원 IP 밸류업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플로는 현재 약 4000만 곡을 서비스 중인데, 그중 가요가 300만 곡 정도 된다”며 “차트에 있지 않지만 계속 밸류를 만들어내는 곡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음원이 발매 이후 소비(매출)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락하는 구간이 예전보다 길어졌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꾸준한 소비(매출)가 이어져 ‘롱테일’ 추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상규 본부장은 “오래전 발매된, 소위 말하는 명곡들 중에서는 최근 들어 소비(매출) 그래프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며 “돈을 지불하고 음원을 감상하는 이용자가 확대된 것도 있고, 음원 수익을 발생시키는 플랫폼이 음원사이트 외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이 추가된 점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상규 본부장은 아티스트, 장르적 특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롱테일 추이를 보이는 곡들이 수십, 수백, 수천 곡이 모인다면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메가 IP를 확보하는 것도 좋지만, 꾸준한 수익을 내는 음원을 다수 보유하고 끊임없이 밸류업을 통해 파이를 키우는 것이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비욘드뮤직이 보유한 음원 IP의 경우 그러한 특성을 나타내는 음원이 많고, 충분히 밸류업을 통해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장원 비욘드뮤직 대표(사진=비욘드뮤직)
이장원 대표는 비욘드뮤직의 사업 방향성을 두고 두 가지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음원 IP 비즈니스 속에 유통업을 내재화할 것이냐, 혹시 좋은 파트너를 구할 것이냐를 두고서 말이다. ‘음원 IP’ 유통이란 것이 전문 영역이긴 하지만, 음원 IP를 보유한 대부분의 회사들은 이를 내재화하는 경우가 많아 긴 시간 고민해왔다고 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였다고. 이장원 대표는 “우리가 잘하는 것에 시간을 쏟기에도 바빴다”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고, 우리는 유통을 잘하는 회사와 함께 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비욘드뮤직의 두 번째 고민은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할 것인가’였다. 파트너를 맺기 위해선 회사 대 회사로서 철학적인 핏이 맞아야 했고, 같은 목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했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한 파트너가 바로 드림어스컴퍼니다.

드림어스컴퍼니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기획사의 앨범을 유통하고, 음원 플랫폼 플로를 운영 중인 기업이다. 지난 3월부터는 오디오 플랫폼 플로(FLO)를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과 음원 유통, 투자, 제작 및 공연 사업, MD 사업 등을 총괄하는 FLO 사업 Co., 아스텔앤컨과 아이리버 브랜드의 오디오, 소형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아이리버 사업 Co. 등 총 2개의 사내독립 기업(CIC)체제로 개편해 ‘콘텐츠 비즈니스 엑셀러레이터 기업’의 외형을 갖췄다.



이장원 대표는 “드림어스컴퍼니는 우리가 가려고 하는 방향과 핏이 맞았고, 신상규 본부장과 김동훈 신임 대표와의 유연한 관계도 파트너십을 맺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트렌드가 급변하는 시대에서 함께 대응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파트너로선 제격이었다”고 강한 신뢰감을 내비쳤다.

아직 국내에서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음원 IP 매니지먼트 사업에 대해서는 “겉으로 보면 톱 아이돌 위주의 메가 음원 IP가 많은 수익(음원 저작권료)을 벌어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롱테일 IP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롱테일 IP 음원의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익률이 안정화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금융 내지 제도권 자본시장이 만나기에 적절한 요소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장원 대표는 ‘번들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장원 대표는 “개별곡 단위로 보면 경쟁력이 없지만, 우량한 IP가 10곡, 100곡,1000곡 이상 모이면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며 “결국 번들링 된 우량 IP가 경쟁력이 있고, 이를 밸류업하면서 가치를 높여나가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욘드뮤직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음원 IP 자산운용액이 29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며 “규모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동종 업계에서 확고한 우위를 자랑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달라”고 강조했다.

플로와 비욘드뮤직(사진=각사 제공)
“IP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회사가 되겠다.”

신상규 본부장에게 드림어스컴퍼니의 목표에 대해 묻자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 신상규 본부장은 “최근 강조하는 단어가 ‘엑셀러레이터’인데, 유통사라는 전통적인 표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IP의 밸류를 높이는 사람들’로 불리고 싶다”며 “비욘드뮤직과의 협업을 통해 음원 IP의 가치를 증대시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비욘드뮤직이 가진 음원 IP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NFT, SaaS 기반의 팬 플랫폼 등 IT 기술과 결합해 글로벌 음악 시장을 공략하는 공격적인 행보를 펼쳐 나간다는 청사진도 내걸었다.

“서구권에 힙노시스가 있다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원 IP 매니지먼트사는 비욘드뮤직이 되고 싶다.”

이장원 대표는 힙노시스에 버금가는 글로벌 음원 IP 펀드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힙노시스 송 펀드’는 2018년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음악 저작권 투자 펀드로, 약 2.6조원(22억 달러)의 음원 IP 편드를 운용 중이다. 머라이어 캐리, 비욘세, 저스틴 비버 등의 저작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장원 대표는 “힙노시스가 런던 증권거래소에 있는데, 이는 팝의 심장부가 여전히 영국이라는 점을 표상하는 부분”이라며 “아시아에서 음악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대형 매니지먼트사와 펀드가 등장했을 때 서울에 있는 게 자연스럽고, 또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비욘드뮤직이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장원 대표는 연내 1조원 규모의 아시아 최대 IP 전문 매니지먼트사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도 내걸었다. 이장원 대표는 “지난해 3월 설립 이후 2900억원의 자산운용액을 보유하기까지 1년 1개월이 걸렸다”며 “1조라는 숫자가 크다면 크겠지만, 0원에서 2900억원까지 오기까지 1년이 걸린 만큼 다음 1조로 가는 것은 ‘고작 4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히 이뤄낼 수 있는 목표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힘주어 말하며 “가시적인 성과들을 하나 둘 선보이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