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보라해거스'…지금 라스베이거스는 'BTS 축제'

by윤기백 기자
2022.04.11 00:10:13

공항부터 호텔까지 보랏빛 물결
히트곡 '버터' 배경으로 분수쇼
하이브 COO "더 시티 프로젝트 첫발"

[라스베이거스(미국)=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지금 라스베이거스는 BTS와 아미(ARMY)가 점령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서 만난 20대 여성 폴리씨의 말이다. 폴리의 표현대로 지금 라스베이거스는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를 보기 위한 팬덤 아미로 뒤덮였다.

라스베이거스는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수식어답게 1년 내내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 공연이 펼쳐진 지난 8일부터는 더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보라색 패션 아이템으로 몸을 치장하고 ‘버터’를 흥얼거리며 ‘BTS 스폿’으로 알려진 명소에서 인증샷을 찍느라 분주하다. 도시 곳곳에서 ‘BTS’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 ‘퍼미션 투 댄스 더 시티-라스베이거이스’가 전개되면서 더욱 많은 인파가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지상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공연이 펼쳐지는 2주간 ‘BTS 시티’로 탈바꿈 한 것이다.

방탄소년단 상징색인 보랏빛과 ‘보라해가스’ 문구로 가득 채워진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거리(사진=하이브)
라스베이거스는 방탄소년단과 팬덤 아미 맞이에 분주했다. 라스베이거스 주요 관광스폿이 몰려있는 사우스 라스베이거스 대로를 거닐다 보면 방탄소년단을 상징하는 보라색 조명과 ‘보라해거스’(보라해+라스베이거스 합성어)란 문구가 전광판에 노출된 광경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길거리에는 그런 광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인파들로 가득했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왔다는 켈리 씨는 “가족과 함께 라스베이거스로 휴가를 왔는데, 우연찮게 ‘보라해거스’와 ‘보랏빛 야경’을 보게 됐다”며 “지난 여름 BTS의 ‘버터’를 즐겨 듣긴 했는데, BTS가 이렇게 대단한 가수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주요 관광명소의 야경은 이미 보라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세계 최대 원형 대관람차인 하이롤러도, 최고급 호텔인 룩소 호텔도, 심지어 라스베이거스의 관문인 해리 리드 국제공항도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심지어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은 공식 트위터 계정 이름을 ‘보라해거스’로 바꿨다. 만우절이 아니고서야 특정 아티스트를 위해 계정명을 바꾸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방탄소년단 테마 객실(사진=하이브)
라스베이거스 중심상권에서 5분 정도 떨어진 복합공간 에어리어15(AREA15)에는 방탄소년단 사진 전시회와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었다. 사진전에서는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투어를 준비하는 방탄소년단의 연습 과정과 지난 3월 서울 콘서트 무대 뒤 장면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됐다. 지금껏 공개된 적 없는 수백 장의 사진이 전시돼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피 땀 눈물’을 엿볼 수 있게 했다.

팝업스토어에는 다양한 MD 상품과 더불어 팬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인 체험존이 마련됐다. ‘다이너마이트’의 농구장, ‘퍼미션 투 댄스’의 셀프 런드리숍 등 뮤직비디오 속 배경을 구현해놓는가 하면, ‘버터’의 앨범 커버를 본떠 만든 버터존, 방탄소년단 캐릭터인 타이니탄을 주제로 한 공간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팬들은 주로 사진전을 관람하고 팝업스토어로 이동해 굿즈를 구매하는 동선으로 움직였다. 현장에서 만난 미국 댈러스 출신 엘리스씨는 “뮤직비디오에서 봤던 공간이 실제로 구현돼 있어 너무 놀랐다”며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혹시라도 (폰) 용량이 부족할까 봐 걱정”이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라스베이거스 중심가 끝에 위치한 만달레이베이 호텔에는 특별한 ‘맛집’이 등장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즐겨 먹는 한식 메뉴를 코스요리로 판매하는 ‘카페 인 더 시티’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떡볶이’, ‘비빔국수’, ‘김치볶음밥’, ‘갈비찜’, ‘매운 쇠고기 라면’을 비롯해 ‘붕어빵’, ‘빙수’ 등이다. 요리연구가 백승욱(아키라백) 셰프가 메뉴 구성을 맡아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맞춤구성을 했다. 실제로 ‘떡볶이’, ‘김치볶음밥’, ‘갈비찜’ 등 음식들은 달고 짠 음식이 익숙한 미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듯했다. 사실 한식보다 퓨전에 가까운 음식이지만, 팬들에게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위버스, 브이라이브 등을 통해 선보인 먹방을 고스란히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이 되는 셈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제1 명소’ 벨라지오 분수에서는 하루 종일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벨라지오 분수쇼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분수쇼, 두바이 분수쇼와 더불어 ‘세계 3대 분수쇼’로 꼽힌다. 매 시각 정시에 펼쳐지는 벨라지오 분수쇼에서는 방탄소년단의 히트곡인 ‘다이너마이트’와 ‘버터’에 맞춘 물줄기와 화려한 조명이 장관을 만들었다. 낮에 봐도 멋있지만 특히 밤에 만난 벨라지오 분수쇼는 형형색색의 불빛이 더해져 화려하게 물줄기를 수놓는 게 더욱 멋졌다. 분수쇼를 감상한 이들은 “방탄소년단의 히트곡을 분수쇼와 함께 보니 눈과 귀가 즐겁다”, “최고와 최고가 만난 판타스틱 분수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밖에도 방탄소년단의 친필 웰컴 카드와 굿즈가 제공되는 ‘BTS 테마 객실’, 콘서트의 여운을 달래주는 애프터 파티 ‘파티 인 더 시티’ 등이 다채롭게 준비돼 팬들을 잠 못 들게 했다.

방탄소년단 ‘카페 인 더 시티’(사진=하이브)
“‘더 시티’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입니다. 라스베이거스의 경험은 한국, 아시아 지역에서도 계속될 것입니다.”

김태호 하이브 COO는 자신감이 넘쳤다.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수년간 표류했던 ‘더 시티’ 프로젝트가 드디어 첫 닻을 올렸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절반이 지난 현시점에서 내부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김태호 COO는 “음악을 기반으로 한 IP가 다양한 사업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음악산업 외연과 규모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이브의 노하우가 집약된 프로젝트가 바로 ‘더 시티’다.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 매출도 예상했던 것과 유사하게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협업 파트너인 크리스 발디잔 MGM 부사장은 “라스베이거스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보러 오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할 수 없지만, (매출에) 상당한 임팩트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태호 COO는 ‘더 시티’ 프로젝트의 전개 방향에 대해 “이타카 홀딩스, 한국, 일본 등 하이브 소속 글로벌 아티스트들도 투어 공연에 ‘더 시티’ 프로젝트를 적용할 것”이라며 “BTS는 물론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의 ‘더 시티’ 프로젝트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방탄소년단 팝업스토어(사진=하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