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글썽한 골프 황제…“부모님 희생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어”

by주미희 기자
2022.03.11 00:05:00

타이거 우즈가 10일 열린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입회식에서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참고 있다.(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주니어 골프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부모님은 대출을 받아야 했다. 부모님의 희생이 없었다면 내 꿈을 좇을 수 없었고 아무것도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가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입회식에서 부모를 언급하며 울컥했다. 우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82승으로 샘 스니드(미국)와 함께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고, 메이저 대회에서는 15차례 우승해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18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우승을 보유하고 있다.

우즈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폰테베드라비치의 PGA투어 본부에서 열린 2022년 입회식에 참석해 자신의 주니어 시절 대회 출전을 위한 부모의 헌신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 그는 이 이야기를 하며 입회식에 함께 참석한 어머니를 지긋이 바라보기도 했다. 우즈의 부친 얼은 베트남 참전 용사 출신으로 2006년 세상을 떠났다. 우즈는 “‘노력을 2배로 해야 절반의 기회가 생긴다’라는 걸 아버지에게 배웠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즈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클럽하우스 입장을 거부당한 이야기를 했고, 입회식에 참석한 관계자 500여 명의 박수를 받았다. 우즈는 “어떤 골프장에서는 클럽하우스에 출입 금지를 당했다. 다른 주니어 선수들은 다 들어갔던 것을 보면 내 피부색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우즈는 어려웠던 시절에 대해 “특별한 부모님, 훌륭한 코치와 캐디, 친구들을 만나 내 꿈과 열정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골프는 개인 스포츠라고들 하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다. 이건 개인상이지만 팀으로 받는 상이나 다름없다. 이들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왼쪽)와 딸 샘(오른쪽)이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AFPBBNews)
우즈의 맏딸인 샘(15)은 이날 입회식에서 아버지 우즈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샘은 우즈의 연설에 앞서 “아빠는 2007년 US 오픈의 마지막 퍼팅을 놓쳐 준우승을 하고 공항으로 달려가 내가 태어날 병원으로 오셨다. 아빠가 준우승한 다음날인 6월 18일, 여전히 빨간 골프 셔츠를 입은 채 병실에 들어온 지 5분 만에 내가 태어났다”며 “아빠는 그날 졌을지 모르지만 가장 위대한 선물을 받았다”고 우즈의 인간적인 면모를 공개했다.

샘은 바이올린 콘서트와 축구 경기에 정기적으로 참여했던 우즈의 모습을 떠올리며 “1년 전만 해도 아빠는 큰 자동차 사고 때문에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두 발로 걸어서 집에 오실지 몰랐다”며 “아빠는 오늘 명예의 전당에 입회할 뿐 아니라 지금 여기 두 발로 스스로 서 있다. 아빠가 이 상의 자격이 있는 이유다. 왜냐하면 아빠는 파이터(포기하지 않는 전사)이기 때문”이라고 우즈를 소개했다.

1974년 설립된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는 투어 15승 또는 메이저 대회(플레이어스 챔피언십 포함) 2승 이상을 거둔 만 45세 이상의 선수가 선발위원회 투표에서 75% 이상 찬성표를 받으면 입회할 수 있다.

우즈는 2020년 3월에 입회가 확정됐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이날 입회식을 치렀다. 이날 행사에는 우즈의 딸 샘 알렉시스와 아들 찰리 액설, 어머니 쿨티다, 여자친구인 에리카 허먼이 함께 참석했다.
타이거 우즈가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입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AFPBB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