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우리는' 노정의 "첫 성인 역할 도전, '킹랑스럽다' 반응 뿌듯" [인터뷰]

by김보영 기자
2022.02.01 06:30:00

[이데일리 스타in 이영훈 기자] 배우 노정의, SBS 드라마 ‘그해 우리는’ 종영 인터뷰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최근 막을 내린 드라마 ‘그 해 우리는’에서 아역 이미지를 벗고 첫 성인 역할 연기를 무사히 완수해낸 노정의는 자신이 맡은 엔제이 캐릭터에 애정을 느낄 수밖에 없던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달 25일 종영한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은 헤어진 연인인 최웅(최우식 분)과 국연수(김다미 분)가 고등학교 시절 함께 찍은 다큐멘터리 영상이 역주행 인기를 끌면서 강제 소환되고 이를 계기로 10년 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청춘 로맨스 드라마다. 첫회 시청률은 3.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높지 않았지만, 학창시절과 연애를 경험해본 시청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현실적 사랑과 이별, 일상 에피소드와 서정적 대사로 조용히 입소문을 탔다. 전세계 넷플릭스 스트리밍 순위 9위까지 오르는가 하면, 마지막 16회에선 자체 최고 시청률인 5.3%까지 치솟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올해 만 21세를 맞은 배우 노정의는 10세였던 2010년 ‘신의 퀴즈’ 아역을 시작으로 여러 굵직한 드라마, 영화들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전작에서 줄곧 10대 소녀 역할을 맡던 그는 최근 막을 내린 ‘그 해 우리는’으로 첫 성인 역할 연기에 도전했다. 어린 시절 연예계에 입문해 최정상 아이돌이 된 톱스타 ‘엔제이’ 역으로 아역 이미지를 벗고 ‘배우 노정의’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노정의는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이 드라마 덕분에 시청자들로부터 처음으로 ‘킹랑스럽다’는 단어를 듣게 됐다. ‘엄청 사랑스럽다’를 강조하는 뜻이라고 하더라”라며 “모든 배우 및 스태프들이 애정을 갖고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인데 그만큼 시청자분들이 사랑으로 보답해주셔서 감사하다. 시간이 흘러도 마음 한켠을 차지하는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종영소감을 건넸다.

극 중 엔제이는 모두의 부러움을 받는 톱스타다. 뛰어난 미모와 재능, 재력, 노력을 바탕으로 언제나 자신감 넘치며 당당한 그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감정 표현도 거침없는 상여자다. 반면 일찍부터 시작한 사회생활과 대중의 주목으로 또래들이 흔히 누렸을 우정, 즐거운 일상의 추억을 만들어보지 못한 외로움도 한켠에 있다. 처음엔 최웅의 건물 그림에 흥미를 느껴 접근했지만, 어느 순간 한결같은 편안함으로 자신에게 뜻밖의 위로를 선사하는 인간 최웅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짝사랑을 경험한다. 다만 기존의 로맨스 드라마가 서브 여주인공 캐릭터에 흔히 적용하던 질투와 견제의 태도를 엔제이만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웅만 바라보고 직진했지만, 후회 없이 짝사랑을 접고 친구로 남는 ‘쿨한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노정의는 “캐릭터의 인기를 직접적으로 체감하진 못하지만, 확실히 전작 때보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진 걸 느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작품의 인기 덕분인지 제 아역 시절 활동 사진들도 주목받고 있다고 들었다. ‘정변의 아이콘’이란 칭찬을 들으니 좋으면서도 참 부끄럽다”며 “앞으로 더 잘 자라보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영훈 기자] 배우 노정의, SBS 드라마 ‘그해 우리는’ 종영 인터뷰
- 첫 성인 역할 도전, 감회는 어땠나.

△성인 역할이라는 부담감은 딱히 없었다. 오히려 너무 재미있었다. 다만 좋은 배우, 좋은 대본과 함께한 만큼 누가 되지 않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살도 많이 빼시고, 파격적인 탈색 헤어 및 화려한 아이돌 스타일링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원래 체질이 살이 다 얼굴로 붙는 타입이라 볼살이 많은 편이었다. 성인이 되면 젖살이 빠진다던데 스무살이 되어도 안 빠지더라. 그래서 평소보다 운동을 꾸준히 더 많이 했다. 그렇게 체중 감량을 한 게 이미지 변화에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엔제이의 스타일링은 평소 제 모습보다 훨씬 화려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감독님 의견을 따른 것이다. 감독님이 먼저 탈색을 제안해주셨다. 평생 도전해보지 않은 스타일이라 원없이 누렸다. 언제 다시 이런 머리를 해보겠나 싶어서 즐겁게 임했다.

- 솔직하고 당당한 엔제이 캐릭터의 매력에 많은 시청자들이 열광한다.

△연기하는 제 입장에서도 스트레스 해소가 됐다. 실제의 저는 감정을 그렇게까지 누군가에게 표현해본 적이 없다. 엔제이 덕분에 대리 ‘사이다’를 마실 수 있었다. 이렇게 감정을 털어놓을 수도 있구나 배우게 된 점도 있다.

- 실제 본인도 엔제이와 같은 짝사랑을 해 본 적이 있나, 실제 본인은 상대방에게 적극 대시를 하는 편인지.

△실제 저는 절대 엔제이처럼 못한다(웃음). 누군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좋아하더라도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한다면 드러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엔제이와 저는 정반대라 연기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이 컸다. 다만 그만큼 새로운 삶을 경험해볼 기회가 돼 즐거웠다.

- 배우가 되기 전 한때 가수를 꿈 꾼 적도 있던 것으로 안다. 이번 작품으로 아이돌 역할을 맡으면서 못 이룬 어린 시절 꿈을 대리 만족한 기분이 들진 않았나.

△덕분에 다양한 스타일링을 시도해 볼 수 있었지만, 실제 아이돌처럼 무대에 서거나 노래를 부른 적은 없어서 좀 아쉬운 기분이 든다. 엄청난 노력이 따르겠지만, 다음 작품에서 실제 무대에 설 기회가 있다면 정말 열심히 노력해 잘 할 자신이 있다.



- 엔제이 캐릭터를 연기하며 참고한 실제 아이돌 롤모델이 있는지?

△특정한 사람을 참고한 적은 없다. 다만 아이돌의 외적 아우라나 내면의 아픔 등을 이해하고자 누구나 떠올릴 법한 최신 아이돌 영상들은 다 찾아본 기억이 있다.

- 본인도 엔제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연예 활동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극 중 웅이나 지웅(김성철 분)이가 엔제이에게 건넨 위로의 말들이 실제 와닿지는 않았는지.

△실제 노정의에게도 많은 위로가 된 대사들이 많았다. 앞으로 저를 비롯한 많은 연예인들이 극 중 엔제이와 비슷한 외로움을 느낄 때 이들의 대사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른 전작 때보다 이 작품이 끝난 뒤 여운을 좀 더 길게 느끼고 있다.

-김다미, 최우식, 김성철 등 주요 배우들과 호흡은

△평소에도 좋아하는 배우들이셨어서 함께 호흡하는 자체로 행복했다. 배운 점도 많고 저를 너무 잘 챙겨주셨다. 각 배우마다 연기하는 방식이 다르고 장점도 달라서 많이 참고하고 배울 기회가 됐다. 촬영장 분위기메이커는 우식 오빠였다.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드 모두가 유쾌한 현장이었다.

- 실제 본인의 성격은 어떤가.

△저는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극복하는 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해서 그런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 같다. MBTI 검사를 해봤는데 ISFJ라고 하더라(웃음).

- 극 중 엔제이는 최웅이 보고 싶어서 리허설 펑크까지 감수하며 얼굴을 보러가지 않나. 실제 현실에서도 그런 일이 가능한가.

△다른 분들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다만 제 인생에서 절대 그런 일은 없다, 상상조차 할 수 없다(웃음).

- 이번에 맡은 작품과 캐릭터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도 궁금하다.

△그저 감사한 작품이다. 성인이 된 뒤 이렇게 사랑받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다는 점도, 좋은 배우들과 함께한 것 만으로도 감사한데 SBS 연기대상 신인상까지 수상해 영광이었다. 캐릭터 덕분에 성격이 밝아졌다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 오랜만에 지인들과 안부 연락을 하면 일제히 밝고 애교가 많아졌다고 말씀해주신다. 실제 저는 애교가 전혀 없는데 말이다. 사랑스럽고 긍정적인 캐릭터를 맡으니 제 성격도 바뀌는 것 같다.

- 최웅, 김지웅 두 극 중 캐릭터 중 실제 자신의 이상형에 근접한 캐릭터를 고르자면?

△현실에서도 최웅을 택할 것이다. 저와 다른 점을 지닌 사람들이 끌린다. 그 다른 점을 통해서 배울 점이 있다는 게 좋다. 최웅 작가의 긍정적이고 편안한 에너지를 배우고 싶다.

- 엔제이처럼 본인도 어린 시절부터 일을 했다. 사랑하는 연기를 하는 것은 큰 복이지만, 그만큼 여느 또래 친구들처럼 학창 시절 우정,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지 못해 후회되는 부분은 없었나.

△실제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건 쉽지 않았다. 그 어린 나이에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는 게 큰 상처로 남는 것은 맞다. 상처만큼 포기해야 할 시간도 많았다는 점이 아쉽지만, 고등학교 땐 그나마 바쁜 틈에도 열심히 학창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진 그저 아쉽다고만 생각했는데 고등학생이 되니 할 수 있을 때 모든 걸 다 해보자는 의지가 생겼다. 덕분에 동아리 세 네 개를 가입하며 열심히 활동을 했다. 방송 동아리, 배드민턴 동아리, 체육 도우미 등을 해봤다. 그만큼 잠 잘 시간이 적기도 했지만 신나서 피곤한지도 모르게 보냈던 기억이다.

- ‘18어게인’ 때는 황인엽 씨한테 짝사랑을 받았고, 이번에는 본인이 짝사랑을 하는 역할이었는데 쌍방 로맨스인 멜로 드라마 캐릭터에도 욕심이 있으신지.△욕심이 엄청 많다. 저도 ‘그 해 우리는’ 팬으로서 웅과 연수같은 로맨스를 다룬 연기를 해보고 싶다. 연기로나마 양쪽으로 이루어지는 로맨스를 대리 경험해보고 싶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