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톱가수의 처절한 탈레반 탈출기 [주말POP콘]
by김보영 기자
2021.08.29 08: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말 그대로 죽을 것만 같았고, 빠져나온 것은 기적과도 같았습니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을 극적으로 탈출한 한 유명 여가수의 증언이 연일 전세계적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아프간 유명 여성 가수 아리아나 사예드의 사연입니다. 그는 최근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인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을 약혼자와 약 2박 3일에 걸쳐 탈출한 과정을 외신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습니다.
CNN 등 외신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사예드는 지난 14일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접근했다는 연락을 받자, 약혼자와 함께 바로 다음날 15일 출발하는 항공편을 예약했습니다. 그러나 사예드가 항공편을 예약한 15일은 탈레반이 아프간의 수도인 카불까지 장악해 “전쟁은 끝났다”라고 선언한 날입니다.
총성이 난무하던 공항 안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항공기가 몰려드는 군중에 막혀 이륙하지 못했고, 사예드가 예약한 항공기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예약한 항광기가 활주로를 채 벗어나지 못하자 결국 사예드와 그의 약혼자는 공항 근처 친척 집에 몸을 숨겨야 했습니다.
사예드는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에 타기 위해 몰려들었고 현장에 있던 여성들은 기절하기까지 했다”며 그날 공항의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하지만 친척 집마저 안전한 곳이 되어주진 못했습니다. 사예드 일행은 다음날이 되자마자 탈레반이 집집마다 방문해 수색을 벌인다는 소식을 접하자 다시 공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탈레반 검문소 5곳을 통과해야만 했죠. 사예드는 니캅(눈만 보이는 두건 복장)을 두른 채 약혼자 및 그의 어린 사촌과 함께 떠났습니다. 사예드는 “그 중 한 군데가 우리 차를 멈춰 세웠지만 여자인 나와 어린아이(사촌)를 보고 다시 ‘가라’며 통과시켜줘 위기 순간을 넘겼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다시 도착한 공항에선 수많은 가족의 ‘생이별’을 목격해야 했다고. 사예드는 신분증이 없어 항공기 탑승이 거부된 한 여성이 자신에게 아이를 대신 데려가달라고 부탁한 사연을 언급했습니다. 사예드는 ”아기를 엄마로부터 떼어놓을 수 없었다“면서도 ”그 여성은 아기를 데려가길 원했지만, 당시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사예드는 아기 목숨이 위험하니 차에 태우자고 군인에게 부탁했지만 이는 거절됐다고 전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예드 일행은 미국 군용기를 타고 아프간을 떠나 17일 카타르에 도착했고, 19일에는 미국 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목숨을 건 탈출에 성공한 사예드는 미국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프간의 절박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 아직 대피하지 못한 친구와 가족들과 연락하고 있다며 “그들은 완전히 절망적이다. 식량과 피난처도 없이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라고 호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