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차 신인 신보민, '8전9기' 끝에 정규투어 진출 "나를 믿었죠"

by주영로 기자
2021.01.29 00:01:00

2013년 프로 진출, 9년 만에 정규투어 꿈 이뤄
지난해 드림투어 상금 13위로 정규투어 시드 획득
"어려운 시기 많았지만, '할수 있다'고 믿어"
친구 김아림과 KLPGA 투어 함께 뛰지 못해 아쉬워

KLPGA 투어 루키 신보민. (사진=KLPGA)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언젠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신보민(26)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문을 두드린 지 9년 만에 마침내 정규투어 입성의 꿈을 이뤘다.

2013년 18세의 나이로 프로가 된 신보민은 지난해 드림투어 상금랭킹 13위에 올라 20위까지 주는 KLPGA 정규투어 출전권을 받았다. 8전 9기 끝에 이룬 성공이기에 기쁨은 두 배, 세 배 더 크다.

오는 4월 KLPGA 투어 데뷔를 앞둔 신보민은 28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정규투어에 오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나도 언젠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단지 시기가 늦어졌을 뿐이지 실패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포기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신보민은 여느 선수와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초등학교 시절 2년 정도를 베트남에서 살았던 그는 축구와 수영 등 운동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는 축구선수를 준비하기도 했다.

골프를 배운 건 우연한 계기다. 동네에 별다른 놀이 시설이 없어 그는 고카트(미니 자동차)를 타고 노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겨우 3분을 타기 위해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인근에 골프연습장이 있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 골프채를 휘두르며 놀았던 게 골프의 시작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축구선수를 준비하던 중 장래를 생각해 골프선수의 길을 택했다”며 “그 뒤 국내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웠다”고 말했다.

중학교 땐 캐나다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캐나다 벤쿠버아일랜드 지역에서 생활한 그는 주니어 대회를 휩쓸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국내로 돌아온 뒤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역 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한 게 신보민이 거둔 유일한 우승이다.

프로의 길을 택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신보민은 “어차피 프로가 될 거라면 빨리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4월 준회원이 된 뒤 7월에 정회원을 따고 11월 시드순위전에서 탈락했다. 한 번에 시드까지 따서 정규투어에서 뛸 계획이 흐트러지자 그 뒤 주춤했다”고 돌아봤다.



처음엔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그러다 부상까지 찾아오면서 프로 데뷔 계획이 점점 더 미뤄졌다. 신보민은 “그런 상황에서 멘탈이 무너지지 않을 선수는 없을 것”이라며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건 잘 안될 때도 빨리 내 자리를 찾으려고 했고 롱런을 하는 골프선수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년 하고 골프를 그만둘 게 아니었던 만큼 부정보다 긍정으로 미래를 준비한 게 8전 9기의 밑거름이 됐다.

프로 데뷔 9년 만에 꿈을 이룬 신보민은 KLPGA 투어에선 보기 드문 늦깎이 신인이다. 어지간한 선수라면 후원사 추천 등 다른 경로를 통해 KLPGA 투어 정규대회에 출전하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그러나 신보민에겐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 KLPGA 투어를 처음 경험하는 진짜 새내기다.

그래서인지 신보민은 신인왕이나 우승 등 거창한 목표보다는 “나만의 작은 목표를 이루고 내가 가지고 있는 실력만큼 잘하고 싶다”고 소박한 계획을 밝혔다. 이어 “지난해 드림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정규투어 시드를 땄지만, 성적에 만족하지는 않는다”며 “아이언샷이나 쇼트게임 등 지난해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을 잘 준비하는 게 겨울훈련의 목표다”라고 다짐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9년 만에 처음 경험하는 정규투어의 적응이다. 8년 동안 3부와 2부 투어를 뛰었지만, 정규투어는 전혀 다른 무대다. 신보민은 “드림투어와 정규투어는 코스 세팅부터 다르다고 들었다”며 “코스 세팅이 더 까다로워 훨씬 다양한 기술과 샷이 필요하고 경기하는 방식도 달라야 할 것 같아 그런 부분들을 잘 준비하고 있다”고 4월 개막전을 기다렸다.

신보민은 영하의 날씨에도 매일 연습장에 나와 훈련하고 있다. 오전에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레이크골프아카데미에서 조현우 원장의 지도를 받으며 스윙을 가다듬고 오후엔 인근에 있는 기흥컨트리클럽으로 이동해 라운드하며 정규투어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1995년생인 신보민은 국내 최장타자 김아림(26)과 둘도 없는 친구다. 정규투어에 진출하면서 김아림의 후원사인 SBI저축은행과 계약해 한솥밥을 먹는다. 신인에게 후원사는 투어에만 전념할 수 있는 큰 힘이자 든든한 지원군이다.

먼저 정규투어에 데뷔해 활동한 김아림은 친구가 정규투어 시드를 따자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하지만, 친구와 함께 투어에서 뛸 날을 기대했던 신보민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

그는 “(김)아림이는 90타, 100타를 칠 때부터 알았던 친구여서 잘 통한다”며 “KLPGA 시드를 땄을 때 ‘진짜 축하한다. 빨리 올라와서 같이 치자’고 했는데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해서 올해 미국으로 떠났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LPGA 투어는 아림이가 얼마나 기다렸던 무대였는지 알기에 친구의 앞날을 응원한다”고 축하했다.

신보민. (사진=KL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