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 살려 변화 맞은 유재석·강호동·이경규, 제2 전성기

by김가영 기자
2020.12.09 06:00:00

유재석·강호동·이경규, 현명한 변신으로 제2 전성기
"대중문화 흐름 잘 파악해 적응"
"예능가, 새 얼굴과 장수 MC들의 시너지 효과 기대"

유재석(사진=이데일리DB)
강호동(사진=이데일리DB)
이경규(사진=KBS)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2000년대 예능가를 휩쓴 대표 예능인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가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을 비롯해 경쟁자들이 늘어나고 미디어 환경도 바뀌는 상황에서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며 새로운 도전을 꾀한 게 하락세 없는 전성기의 비결이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 교수는 8일 세 사람의 인기에 대해 “각기 캐릭터와 스타일이 다르지만 몇 십년 동안 각자 자기의 장점인 ‘온유한 리더십’, ‘동심’, ‘밉지 않은 호통’을 지혜롭게 잘 살렸기 때문에 꾸준히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며 “특히 ‘공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에도 현명하게 변신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짚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세 사람의 스타일이 다르지만 트렌드에 잘 적응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꾸준한 전성기의 비결을 분석했다.

유재석의 현 전성기는 MBC ‘무한도전’, KBS2 ‘해피투게더’의 연이은 폐지로 대두된 위기설을 당당히 극복하고 맞이했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오랜 기간 함께한 프로그램을 떠나 다시 출발점에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유재석은 특히 변화를 맞이하되, 자신이 가진 장점을 무기로 내세웠다. MBC 장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으로 오랜 기간 사랑을 받은 만큼, 대중은 그의 성실한 도전에 호응했고 유재석은 특유의 ‘도전’, ‘성실함’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새로운 변신에 나섰다.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재회한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의 무한도전’이라고 불릴 정도다. 유재석이 전문 분야가 아닌, 전혀 새로운 장르인 트롯 가수에 도전하고 혼성 그룹의 멤버가 되고 센 걸그룹의 매니저가 되며 골탕을 먹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큰 재미를 안겼다. 유재석이 새로운 도전을 하며 고생을 할수록 시청률과 화제성은 뛰어올랐다. 그 결과 유재석은 2월을 제외한 2020년 모든 달에 ‘브랜드 평판’ 예능인 부문 1위에 올랐으며 ‘2020 MBC 연예대상’의 강력한 대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JTBC ‘아는 형님’, tvN ‘신서유기’ 등을 통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강호동은 최근 새로운 도전을 하며 전성기에 의미를 더하고 있다. KBS2 ‘1박 2일’, SBS ‘스타킹’ 등 다수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하이텐션’으로 사랑 받았지만 최근 새롭게 론칭한 프로그램 MBN ‘더 먹고 가’, SBS 플러스 ‘밥심’에서는 차분한 진행력으로 예능에서의 역할을 확장시키고 있다. 자신있는 분야인 버라이어티쇼가 아닌, 새로운 도전인 토크쇼를 통해 게스트의 말에 귀 기울이며 활동 범위를 넓힌 것이다. 원조 먹방 스타라는 점을 살려 ‘밥’이라는 매개체를 선택했지만, ‘먹는 쇼’가 아닌 밥으로 대화를 하며 새로운 포맷에 도전한 강호동은 ‘하이텐션’에 뒷받침 됐던 특유의 ‘공감 능력’을 살려 게스트의 말에 울고 웃으며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주 교수는 “강호동의 하이텐션 뒤에는 동심, 어린이의 마음이 있다”며 “타인의 말에 귀여운 표정도 짓고 울상 짓기도 하고. 그런 공감능력이 대중의 마음에도 닿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능 대부’ 이경규는 관심 분야, 장점 등을 살려 전성기를 맞이한 영리한 예능인이다. ‘개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연예계 대표 애견인으로 통하는 이경규는 이런 관심사를 살려 KBS2 ‘개는 훌륭하다’를 론칭했고 타 예능과 차별화를 만들어내며 건강한 프로그램,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는 인정도 받았다. KBS2 ‘편스토랑’도 마찬가지다. 과거 ‘꼬꼬면’을 개발해 히트를 친 이경규는 이것의 확장편인 ‘편스토랑’에서 매회 새로운 메뉴들을 개발하며 예능인뿐만 아니라 메뉴 개발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인 카카오TV와 손 잡고 론칭한 ‘찐경규’도 마찬가지다. 펭수와 컬래버, 인턴 도전 등을 시도한 ‘찐경규’는 이경규가 얼마나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지, 얼마나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주 교수는 “이경규는 40년 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으며 정상의 자리에 있었다”며 “자신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변신에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가 오랫동안 전성기를 유지하는 것을 ‘방송가의 변화’라고 꼽으며 “예전에는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고 인기가 식으면 교체하는 식이었다”며 “이젠 그런 인물 중심이 아니라 진행 능력이나 지속성, 안정적으로 진행을 하는 실력 중심의 포맷을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의 예능가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새로운 MC들은 발굴하면서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 등 지속성 있는 MC들이 장수하는 형태로 구축되며 시너지 효과를 잘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