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로 전락한 한화 사령탑' 문제는 감독이 아니다

by이석무 기자
2020.06.09 00:00:01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 14연패 라는 불명예를 안은 한화 한용덕 감독이 7일 오후 감독직을 사퇴하고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떠나며 측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은 지난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홈경기에서 2-8로 패해 구단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인 14연패에 빠진 뒤 사퇴했다. 자진 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것이 구단 안팎의 얘기다.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한용덕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18년 한화를 정규리그 3위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2019년 9위로 추락한데 이어 올 시즌은 구단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인 14연패를 당하면서 결국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성적으로 평가받는다. 성적이 안 좋으면 아무리 이름이 알려진 감독이라 해도 물러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한화는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 2010년 이후 한화 이글스 지휘봉을 잡은 정식 감독은 총 4명. 이들 가운데 3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중도 경질됐다. ‘누가 감독이 돼도 한화를 살릴 수 없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김응용·김성근 등 대감독도 버티지 못한 한화 사령탑

2010년부터 사령탑을 맡은 한대화 전 감독은 빈약한 팀 전력에도 2011년 팀을 공동 6위에 올려놓으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2012년 성적 부진에 시즌 도중 경질됐다.

2015년 큰 화제 속에서 한화 지휘봉을 잡은 ‘야신’ 김성근 감독은 부임 후 ‘마리한화’ 돌풍을 일으켰지만 전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2015년 6위, 2016년 7위에 그친 뒤 2017년 5월 팀과 마찰을 빚은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3년과 2014년 두 시즌 동안 팀을 맡았던 김응용 감독은 2년 계약기간을 채우긴 했지만 두 시즌 모두 최하위에 그치면서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흠집을 남겼다.



그렇다고 투자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김성근 감독 시절에는 정근우, 이용규, 권혁, 송은범, 배영수, 정우람 등등 비싼 몸값의 FA 선수들도 대거 영입했다. 문제는 정작 강팀이 되기 위해 필요한 선수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뛰어난 유망주들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고 전력 공백이 생겼을 때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감독에게 칼날이 돌아왔다.

◇구단 수뇌부, 즉흥적 결정 대신 시스템 문제 해결해야

감독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선 감독에게 제대로 권한을 줘야 한다. 하지만 한화는 번번이 프런트가 감독의 발목을 잡곤 했다.

대표적인 예가 2017년 당시 박종훈 단장과 김성근 감독의 갈등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2년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자 구단은 박종훈 단장을 영입해 팀 운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갈등이 노골적으로 불거졌고 끝내 김성근 감독의 퇴진으로 이어졌다.

한용덕 감독의 사퇴도 마찬가지다. 한화는 지난 6일 NC와의 홈경기에 앞서 장종훈 수석코치 등 1군 코치 4명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 경기는 아예 남은 코치 4명 만으로 치렀다. 구단에선 한용덕 감독의 결정이라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구단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였다.

한화는 예전부터 모기업 수뇌부가 적극적으로 구단 운영에 관여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모기업에서 관심이 크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즉흥적인 결정으로 감독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편, 한용덕 감독이 사퇴한 한화 이글스는 최원호 퓨처스(2군) 감독이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