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달’ 엇갈린 평가…새로운 시도VS540억 어디로

by김윤지 기자
2019.06.04 00:00:30

사진=스튜디오 드래곤, KPJ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 “볼거리 많은 판타지 드라마다.” vs “난해한 설정에 CG는 아쉽다.”

지난 1일 방송을 시작한 케이블채널 tvN 새 토일 미니시리즈 ‘아스달 연대기’(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김원석, 이하 ‘아스달’)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다. 시청률은 첫 회 6.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에서 출발해 2회는 7.3%를 기록했다. 두갈래로 나뉜 평가처럼 시청률 또한 성공이라 부르기도, 실패라 단정지기도 애매한 수치다.

사진=스튜디오 드래곤, KPJ 제공
◇제작사 사운 걸었다…“신선한 시도”

‘아스달’은 상고 시대가 배경인 한국형 판타지다. 이색적인 소재로 기획 단계서부터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육룡이 나르샤’, ‘뿌리 깊은 나무’, ‘선덕여왕’ 등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극본을, ‘나의 아저씨’, ‘시그널’, ‘미생’ 등 김원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스타 제작진에 장동건·송중기·김지원·김옥빈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제작비는 회당 30억 원, 총 540억 원(총 18부작)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대감을 반영하듯 첫 회부터 물량공세였다. 장엄한 규모와 영상미를 강조했다. 울창한 수풀 속에서 수많은 대칸 부대가 사람보다 빠르고 힘이 센 종족 뇌안탈과 벌이는 추격전이나 영화 ‘300’을 연상시키는 야성미 넘치는 전사들의 춤 등은 이목을 끄는 요소였다. 날카로운 발톱에 푸른 입술 등 컴퓨터 그래픽(CG)과 특수분장으로 완성된 뇌안탈의 색다른 외양이나 거대한 절벽(대흑벽), 유황 지대(눈물의 바다) 등 이색적인 풍광이 CG로 구현됐다. 꿈을 ‘무끄’라고 하는 등 자음과 모음을 반대로 조합한 뇌안탈의 언어도 눈길을 끌었다.

빠르게 진행되는 전개는 궁금증을 자극했다. ‘아스달’은 무력집단인 대칸부대의 수장 타곤(장동건 분)과 사람족과 뇌안탈의 혼혈인 은섬(송중기 분)의 대결을 중심축으로 삼았다. 지략과 문무를 겸비한 전사이지만 전쟁터를 떠돌아야 하는 운명인 타곤, 특별한 운명을 타고났지만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은섬 등 김영현·박상연 작가 특유의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스튜디오 드래곤, KPJ 제공
◇“설정 난해·일부 CG 어색” 아쉬워

방대한 스케일은 양날의 검이었다. 첫 회부터 복잡한 설정이 몰입을 방해했다는 지적도 있다. 극중 사람족, 뇌안탈, 이르크(혼혈) 등 다양한 종(種)이 등장한다. 사람족은 또 새녘족, 흰산족, 와한족, 해족 등으로 분류된다. 사전설명 없이 1,2회에 수많은 인물이 등장해 연속극이 익숙한 시청자라면 따라잡기 벅찼다는 반응이다.

그렇다고 판타지 마니아를 충족시키기겐 역부족인 만듦새였다. “‘왕좌의 게임’은 엔터테인먼트의 정점에 있는 작품으로 우리만의 상상력으로 완성했다”는 박상연 작가의 발언과 달리 일부 의상이나 설정이 판타지 드라마의 대표 격인 미국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연상시켰다. 방송 도중 튀어나온 다소 어설픈 일부 CG들은 몰입을 방해했다. 역사물로 보기에도 아쉬운 고증이었다. ‘한국 최초 상고시대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내세웠지만, 튼튼한 쇠사슬이나 정교한 지도, 주전자와 자기잔 등 드라마 속 소품이 청동기 시대와 맞지 않았다는 불만도 이어졌다.

드라마 외적으로는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이란 그늘도 있었다. 지난 4월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제작사를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휴일 없이 151시간 30분 연속 근로를 했고, 스태프 1명은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는 등 혹사당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은 브루나이에서 진행된 해외 로케이션에 한했을 뿐 해명했지만, ‘스태프 착취’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상고 시대 판타지라는 장르에 도전해 한국 드라마의 지평을 넓혔다는 데 점수를 줬다. 그는 “아쉬움이 있지만 드라마의 성패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엔 빠른 시점”이라면서 “‘모험적인 도전’이란 것을 감안해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