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윤지 기자
2018.09.21 06:02:00
[베이징(중국)=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결국 시장 경제다. 해외 기업보단 중국 기업이 아무래도 자국민의 니즈(needs)를 섬세하게 따라가지 않겠나.”
중국 외교부 한 간부의 말이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원한 한중 언론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국내 취재진과 만난 그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의 고전에 대해 이처럼 답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에서 중국 토종 브랜드의 점유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갈등에 따른 보복이 원인이 아니란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중국의 기술력은 빠르게 향상됐다.
이는 한한령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한한령’(한류 금지령)은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시작됐다. 중국 당국은 ‘한한령’이란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거나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내 드라마와 예능을 앞다퉈 수입하던 중국 미디어들은 문을 닫았고,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국내 스타들은 하나 둘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빙 무드가 기대됐지만, “풀릴 듯 풀리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한국통‘인 외교부 간부는 한국영화의 오랜 팬이라고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중국과 한국의 대중문화 교류가 예전 같지 않음을 안타까워했다. ‘한한령’이 언급되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당국이 아닌)소비자에게 달린 문제”라며 “양국 관계가 회복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과 2년 전은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한국 시스템을 빠르게 흡수,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방송뿐만 아니라 아이돌 산업에서도 중국은 최근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굳게 닫았던 빗장이 열려도 2년 전과 같은 결과를 장담할 순 없다. 제조업 분야의 현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타깃 소비자에게 맞추거나,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적인 제품이 성공한다”는 그의 마지막 말이 결국은 답인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