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문학돌의 영향력 '출판계도 접수'
by정시내 기자
2018.06.05 00:00:00
[이데일리 e뉴스 정시내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이 ‘문학돌’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4일 출판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새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의 모티브가 된 책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원제 ‘INTO THE MAGIC SHOP’)‘가 온라인서점 알라딘 주간 판매 1위에 등극했다.
2016년 7월 출간된 이 책은 알라딘에서만 하루 300∼400부씩 판매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뇌와 심장, 두 기관의 잠재력을 동시에 활용할 때 인간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주제를 저자가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소설처럼 그려낸 책이다.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저자인 제임스 도티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달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내 책에서 영감을 얻어 줘서 감사하다(thank you for using my book as inspiration)”고 밝히기도 했다.
| 방탄소년단 정규 3집 모티브가 된 도서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사진= 제임스 도티 스탠퍼드대 교수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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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은 새 앨범 발매 전 티저 영상을 통해 ‘매직 숍(마술가게)’이라는 심리치료 요법을 소개했다. ‘매직 숍’은 두려움을 긍정적인 태도로 바꿔주는 심리치료 기술이다. 티저 영상에서 멤버들은 마술가게에 트라우마가 담긴 물건을 다른 물건으로 바꾸는 모습이 그려져 궁금증을 높였다. 티저 영상이 노출된 후 관련 서적으로 지목된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판매량은 전 주에 비해 51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음에 상처가 생기면 그때가 바로 마음을 열어야 하는 순간이다’(‘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中). 이 같은 내용은 정규 3집 수록곡 ‘매직 숍’으로도 재해석됐다.
‘매직 숍(Magic shop)’은 멤버 정국이 프로듀싱에 참여한 팬 송이다. 가사는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마음속 마술가게로 가는 문을 열어 방탄소년단을 마주하고, 마술가게의 주인인 방탄소년단은 두려움을 가진 손님(팬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위로를 전하는 내용을 담아 공감을 얻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그간 다수의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앨범에 차용해왔다.
2016년 정규 2집 ‘윙스(WINGS)’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영감을 받았다. 지난해 발표한 정규 2집 외전 ‘유 네버 워크 얼론(YOU NEVER WALK ALONE)’에 담긴 ‘봄날’ 뮤직비디오에는 SF 판타지 작가인 어슐러 르 귄의 단편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이야기를 녹여냈다.
지난해 RM은 ‘LOVE YOURSELF 承 Her’ 히든트랙인 ‘바다’를 프로듀싱하며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1Q84’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된 곡”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팬들은 해당 책들을 찾아서 읽은 뒤 노래 가사, 트레일러 영상과 뮤직비디오에 쓰인 상징을 연결시켜 세계관 스토리를 분석해 SNS에 공유한다. 방탄소년단과 관련된 책들은 이른바 ‘방탄 권장 도서’로 언급되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스토리를 차용한 방탄소년단 ‘봄날’ 뮤직비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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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앨범에 차용한 소설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담긴 단편집 ‘바람의 열두 방향’(시공사)은 2014년 나온 개정판이 2쇄에서 멈춰 있다가 지난해 6쇄(1만 5000부)를 돌파했다. 최근 교보문고에 따르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지난 10년간(2008~2017년) 10대~20대에서 가장 사랑받은 세계문학 작품으로 꼽히는 기염을 토했다.
민음사는 “아이돌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음악과 영상에 담아내면, 문학적 상상력이 담긴 책을 통해 그 의미가 확장된다. 여기에 팬들이 저마다 새로운 버전의 스토리를 재생산해 내는 새로운 형태의 독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방탄소년단 특유의 스토리텔링은 천편일률적인 춤과 노래를 통해 아이돌을 소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1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한 팬층을 확보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