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중국 자본에 흔들린 '엑터 프로듀서'의 2018년

by고규대 기자
2018.01.16 06:00:00

판타지오.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할 때,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걸을 때, 외로웠지만 발빠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병준 전 판타지오 대표는 지난해말 기자와 만난 인터뷰에서 자신의 구상을 다시 되새겼다. 지난 2013년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를 론칭하면서 ‘방과 후 복불복’이라는 웹 드라마를 선보였고, 웹드라마를 영화 프로모션하듯 극장에서 시사회를 가졌고, 연기와 노래를 같이하는 남성 그룹이라는 독특한 컨셉을 세상에 알렸다. 5년전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서프라이즈(서강준, 유일, 공명, 강태오, 이태환) 멤버는 순서대로 점차 두각을 드러냈다. 그 결과 나병준 대표가 이끌던 판타지오는 차은우가 소속된 아스트로, 최유정·김도연 등이 소속된 위키미키 등 연이어 안타를 날렸다.

“2018년에는 여세를 몰아 서프라이즈 2기 격인 ‘서프라이즈 U’를 세계 시장에 약진시킬 생각입니다. 배우 매니지먼트에서 가수 매니지먼트를 접목한 형식으로 국내 타 엔터테인먼트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델이죠.”

나병준 전 판타지오 대표는 배우 그룹을 키워낸다는 컨셉으로 주위 사람으로부터 ‘엑터 프로듀서’라는 새로운 별칭으로 불린다. 가수를 키워내는 뮤직 프로듀서는 익숙하지만 배우를 키워내는 ‘엑터 프로듀서’는 나 전 대표가 만들어낸 컨셉이다. 국내외 팬들과 팬미팅을 하는 배우들이 토크나 Q&A로 무대를 꾸미는 것과 달리 서프라이즈나 아스트로는 연기, 노래, 춤 등 뭐하나 빠지는 게 없다. 최근에는 그의 성공 사례를 본따기 위해 몇몇 국내 엔터테인먼트업체가 노하우를 연구하는 일도 있었다. 다양한 플랫폼에 맞는 새로운 개념의 ‘엑터’를 만들어낸 ‘프로듀서’로 그를 부를만하다.



나병준 전 대표는 최근 판타지오의 대주주인 JC그룹의 이사회에서 예고없이 해임 당했다. 지난해말 2018년 사업과 관련돼 인터뷰에 나서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던 차에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 급기야 (사)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회장 손성민, 이하 ‘연매협’)가 판타지오 사태를 계기로 외부자본의 업계 전횡 방지를 위한 법제화에 나선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연매협은 “외부자본의 국내 자본 잠식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이라며 “단순히 한 기획사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수 없으며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C그룹은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판타지오 이사회에서 창업자 나병준 대표를 예고 없이 해임하고 중국 측 대표이사 체제를 선언했다. 판타지오 임직원들은 나병준 공동대표의 해임철회를 요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절차상의 문제점 등을 들어 파업을 예고했다.

현재 나병준 전 대표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펼칠지 고민 중이다. 그가 키워낸 8인조 걸그룹 위키미키는 1월 말 컴백을 예정하고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으나 대주주의 전횡에 따른 문제로 컴백이 미뤄졌다. 위키미키는 녹음과 재킷 촬영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나병준 전 대표는 사람과 사람이 일하는 엔터테인먼트업계의 특성상 다시 서는 데 어려움은 없다. 그를 따르는 선후배 매니저가 있고, 그가 키워낸 콘텐츠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엑터 프로듀서’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낸 그의 꿈이 자칫 다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