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지원사격에 살아나는 남자골프

by조희찬 기자
2017.09.20 06:00:00

제네시스 챔피언십 공식 포스터(사진=제네시스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17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2억원)에서 우승한 캐나다 교포 리처드 리는 “이번 대회는 내 입장에서 정말 큰 대회였다”라며 “5년 시드가 생긴 만큼 국내 대회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외면받던 국내 남자골프가 다시 숨쉬기 시작했다. 침체기에도 꾸준히 ‘의리’ 후원을 해 온 기업들과 현대자동차와 CJ 등이 가세하면서 양과 질적인 면에서 성장했다. 올해 KPGA 코리안투어는 총 19개 대회와 총상금 144억5000만원으로 역대급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집중하던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부터 자사 브랜드 ‘제네시스’를 앞세워 국내에서도 골프 마케팅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대상 포인트와 상금순위를 후원했고 추가상금 3억원과 제네시스 자동차를 부상으로 내걸었다.

21일부터 나흘간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는 총상금 15억원이 걸려 있다. 국내 남녀 골프 대회를 통틀어 역대 가장 큰 규모의 대회로 치러진다. 또 우승자에겐 우승상금 3억원과 함께 10월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대회 ‘더CJ컵@나인브릿지’와 이듬해 열리는 ‘제네시스 오픈’ 출전권이 부여된다. 덕분에 PGA투어 한국인 1세대 최경주(47)와 양용은(45)이 8년 만에 국내 대회서 맞붙고 노승열(26)과 김민휘(25)도 모습을 드러낸다. 코리안투어 상금랭킹 1위 장이근(24), 신한동해오픈 우승자 캐나다 교포 리처드 리(27) 등 스타 선수들이 전부 모였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대회장 대관료만으로 7억여원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대회 운영과 상금 등을 포함해 이 대회에만 70억여원을 쏟아 부은 것으로 추산된다.



CJ는 남자 골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방법을 모색해 왔다. 10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PGA 투어 정규대회 ‘더CJ컵@나인브릿지’ 개최를 결정하면서 결실을 보았다.

‘더CJ컵@나인브릿지’ 총상금 규모는 925만 달러(105억원)로 PGA 투어를 통틀어서도 ‘A급 대회’로 통한다. PGA 투어와 10년 계약을 맺은 CJ는 매해 꾸준히 상금을 올린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또 대회 모토를 ‘실현의 다리(Bridge to Realization)’로 정한 만큼 18명의 선수에 대한 출전권을 국내 선수에 초점을 맞춰 행사한다. 이 밖에도 신한금융그룹이 1981년, GS가 1982년, SK텔레콤이 1997년, 코오롱이 1996년부터 꾸준히 KPGA 코리안투어에서 메이저급 대회를 열며 의리를 지켜오고 있다.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KPGA 코리안투어는 올 시즌을 앞두고 대상 포인트 1위에게 유러피언투어 시드를 주는 협약을 맺을 수 있었다. 협회의 노력은 물론 상금 규모 등 KPGA 코리안투어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유러피언투어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등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곳이다. KPGA 코리안투어는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교두보 구실을 하게 됐다.

골프 업계는 벌써 국내 남자골프 인기 상승을 체감하고 있다. 지난 주 신한동해오픈은 여자골프와 세게 붙어 판정승을 거뒀다. 주최 측에 따르면 대회가 열린 나흘 동안 2만5000여명의 갤러리가 현장을 찾았다. 같은 기간 인천 스카이72에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찾은 갤러리보다 많았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대회 중 하나다.

장재훈 제네시스 전무는 “한국 여자 골프가 세계에서 위상을 떨치고 있는 것처럼 국내 남자 골프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며 “세계 무대에서 남자 선수들이 활약하려면 먼저 국내 투어의 활성화가 필수 요소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국내 선수들에게 더 큰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