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현 "데뷔 20년… 하이틴 아닌 흰머리 나는 '아빠 배우'"(인터뷰)

by이정현 기자
2017.09.17 07:00:00

SBS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서 추태수로 연기 변신
하이틴 스타서 '아빠 배우'로
알고보니 '딸바보'.. 육아 예능? OK!

SBS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추태수 역을 열연한 배우 박광현이 15일 서울 소격동 휴플레이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아빠가 될 각오가 되어 있지 않으면 결혼하면 안돼요.”

배우 박광현이 ‘아빠’로 사는 즐거움을 전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그는 “방황하던 30대를 지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 배우로서 새로운 각오를 했다”며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있음을 밝혔다. “육아가 힘들지만 그만큼 삶에 기쁨을 주는 것이 하나뿐인 딸”이라고 말했다.

박광현은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SBS 드라마 ‘언니는 살아 있다’에 추태수로 출연 중이다. 데뷔 20년을 맞아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해 호평을 받고 있다.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2004년에 방송한 MBC 드라마 ‘단팥빵’으로 최고의 하이틴 스타로 떠오른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연기를 선보이는 데 성공하며 제2의 전성기를 노린다.

박광현은 “연기를 한 지 벌써 20년이 됐다는 말에 나 역시도 깜짝 놀랐다”며 “‘풋풋한 모습은 어딜갔느냐’는 말을 듣곤 하는데 나 역시 세월을 피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웃었다. 이제는 흰머리가 난다며 웃었다. 다소 비중이 적은 ‘언니는 살아 있다’에 출연한 것에는 “역할에 연연하지 않고 시청자에 어필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었고 이번 작품이 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지만 호평을 듣는 게 행복하다.

“그동안 한 작품, 한 작품씩 소화하다 보니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사실 출연해 달라는 제안이 오면 거절하지 않는 편이에요. 이것저것 재며 아무것도 안하기보다 연기를 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데뷔 때부터 그랬는데 결혼을 한 후에는 더 그래요. 가족을 위해 이 한 몸바쳐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죠.”



박광현은 히트작인 ‘단팥빵’에 출연한 후 입대했다. 2년여의 공백기를 지난 후에는 슬럼프를 겪었다. 최고의 주가를 기록하던 당시 활동을 쉬었던 게 영향이 컸다. 함께 활동했던 동료 배우들이 한류스타로 등극하는 모습은 묵묵히 지켜봤다. 당시 1년 반여 동안 어떤 작품에도 출연하지 못했다. 배우로서 자존감에 생채기가 생기고 안절부절못할 때 조언을 해준 것은 대선배인 배우 이순재다. 박광현은 “연기가 좋은 배우가 잘하는 게 아니라 오래 하는 배우가 진짜 잘하는 것이라는 이순재 선생님의 조언에 용기를 얻었다”며 “이전에는 어떻게든 다른 배우들을 따라잡으려는 생각이었지만 이후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자 더 안정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광현은 ‘딸바보’다. 지난해 1월 득녀했다. 이달 말에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하는데 틈틈이 목공소를 다니며 가족을 위한 가구와 문틀 등을 직접 만든다. 연기하랴, 목공소에 다니랴 바쁘지만 가족을 위해 땀 흘리는 게 좋다. 그 역시 육아가 힘들지만 주위에 결혼 적령기를 맞은 동생이나 후배가 있다면 “부모가 될 각오가 됐다면 꼭 결혼하라”고 추천한다.

“애가 복덩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 말을 이해해요. 가장이 된다는 건 큰 책임이 따르지만 기쁨도 커요. 제 생활 자체가 바뀌었죠. 육아에 힘들어하는 아내를 볼 때는 미안해요. 그렇지만 조금만 더 고생하자고 말을 하곤 합니다. 아이도 이제는 아주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거든요. 한마디 한마디씩 할 때마다 마음속에 벅차오르는 무언가가 있어요.”

언젠가 대중에게 ‘아빠 박광현’도 보여주고 싶다. 방송에 사생활을 노출하는걸 꺼리던 아내도 최근에는 마음을 돌렸다. 소속사와 상의해 육아나 가족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논의 중이다.

SBS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추태수 역을 열연한 배우 박광현이 15일 서울 소격동 휴플레이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