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25주년 콘서트, '아이들' 없이 이뤄낸 완벽 시간여행

by김은구 기자
2017.09.03 00:11:43

'K팝 대표' 방탄소년단과 호흡 '세대 초월 무대 완성'

서태지와 방탄소년단(사진=서태지컴퍼니)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세대를 대표하는 두 아이콘이 만났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이름의 3인조로 데뷔한 이후 실험적 음악과 완성도 높은 공연들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문화대통령’으로 불린 서태지. 2017년 K팝 그룹 최초로 미국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한 방탄소년단. 이들이 한 무대에 올라 세대를 아우르는 무대를 완성해냈다.

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 ‘롯데카드 무브:사운드트랙 vol.2 서태지 25’는 이제 부모 세대가 된 서태지의 올드 팬들이 자녀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컸다. 실제 자녀와 동반해 가족 단위로 객석에 자리를 잡고 흥겨워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서태지와 호흡을 맞추며 양현석과 이주노의 빈자리를 흠잡을 데 없이 메웠다. 오히려 젊고 역동적인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노래와 랩, 퍼포먼스는 무대에 활력을 더했다.

‘타임:트래블러’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번 공연은 객석을 메운 3만5000여 관객들을 시간여행으로 이끌었다. 인트로 반주와 함께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시간여행에 기꺼이 뛰어들었다.



‘내 모든 것’ 음악과 함께 공연장 천장에서 거대한 역삼각형이 내려오다 중간에 멈춰서고 역삼각형이 열리면서 서태지가 등장했다. ‘내 모든 것’이 끝나고 화려한 불꽃이 하늘을 수놓으며 본격적인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서태지 25주년 콘서트 ‘롯데카드 무브:사운드트랙 vol.2 서태지 25’(사진=서태지컴퍼니)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네번째 곡이었던 ‘난 알아요’ 무대부터 함께 공연을 꾸몄다. 서태지가 수많은 팬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데뷔곡이자 대표곡이다. 랩몬스터와 슈가가 서태지와 함께했다. 이어 ‘이 밤이 깊어 가지만’에 지민과 제이홉, ‘하여가’ 정국과 뷔, ‘너에게’ 진, 지민이 함께 했다. ‘교실 이데아’와 ‘컴백홈’, 앙코르 무대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우리들만의 추억’에는 멤버 전체가 함께 올랐다. 서태지도 이들과 함께 쉴 새 없이 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서태지는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이후 선보인 ‘테이크 원’, ‘테이크 투’, ‘울트라맨이야’, ‘탱크’, ‘오렌지’, ‘인터넷 전쟁’, ‘모아이’, ‘소격동’, ‘크리스말로윈’으로 공연을 이어나갔다. ‘필승’ 무대를 앞두고는 “과거 트럭에서 열었던 게릴라 콘서트를 재현하려고 준비를 했는데 기술적 한계로 오늘 오전에 안하는 걸로 최종 결정했다. 대신 라이브로 하겠다”고 말해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서태지는 이번 공연에서 과거 앨범에 수록된 사운드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약 3개월 전부터 악기 및 음향장비를 공수해 사운드 메이킹을 진행했다. 2008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세계적인 지휘자 톨가 카쉬프를 초청해 완성한 ‘서태지 심포니’ 무대도 다시 선보이며 이번 공연은 서태지 25년 음악사를 조망하는 자리로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