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역사' 이배영 "후배들아, 포기하지만 않으면 기회는 온다"
by이석무 기자
2016.07.14 06:00:00
| ‘투혼의 力士’ 이배영 역도 국가대표팀 코치. 사진=이석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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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역도 69kg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이배영(왼쪽). 한국 역도 역사상 올림픽에서 16년 만에 나온 값진 메달이었다. 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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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포기하지만 않으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투혼의 역사(力士)’ 이배영(37) 역도 국가대표팀 코치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하는 후배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이배영 코치는 인터넷 방송 해피온TV에서 가수 김장훈과 제갈성렬 전 빙상 국가대표 감독이 진행하는 ‘김장훈 제갈성렬의 샤우팅’에 출연한 자리에서 리우 올림픽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이배영 코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역도 69kg급 은메달리스트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전병관 이후 16년 만에 한국 역도에서 나온 값진 메달이었다.
본인 스스로는 “동메달만 따도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대회 당일 무서운 집중력으로 금메달 경쟁까지 펼쳤다. 마지막 순간까지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아 ‘미소천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뇌리에는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서 보여준 ‘부상 투혼’이 더 깊이 각인돼있다.
당시 이배영 코치는 인상에서 한국신기록(155kg)을 세우며 메달권 진입을 눈앞에 뒀다. 그렇지만 용상에서 1차시기를 시도하던 도중 왼쪽 다리에 경련이 찾아오면서 끝내 실격을 당하고 말았다.
두 다리로 제대로 서있기도 어려운 상황. 그래도 이배영 코치는 포기하지 않고 3차 시기까지 도전했다. 워낙 경기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주변에서도 말리지 못했다. 마지막 시기에 다리가 풀려 넘어지는 순간에도 바벨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을 보내던 국민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2012년까지 선수생활을 한 이배영 코치는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했다. 실업팀 감독을 거쳐 작년부터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다. 리우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선수 보다도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배영 코치는 “선수로는 올림픽에 3번 출전했다. 4년전 런던 올림픽은 해설위원으로 갔다왔다. 지도자로선 이번이 첫 올림픽이다”며 “선수 때는 나만 챙기면 됐지만 지금은 선수들을 다 챙겨야 한다. 솔직히 지금이 선수 때보다 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역도의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이 이배영 코치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간판스타였던 장미란의 은퇴 이후 한국 역도는 국제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도 변변한 메달 후보가 없는게 현실이다.
이배영 코치는 “현재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대표팀 상비군 체제가 사라졌다. 상비군 제도를 통해 어린 유망주들을 미리 발굴해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어렵다. 유망주들이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니 기량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상황이 어렵지만 사정에 맞게 최선을 다해 선수들을 양성해야 한다”며 “한국 역도에도 유망한 선수들은 분명히 있다.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져 훈련 시스템이 잘 돌아간다면 충분히 훌륭한 선수들을 키워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배영 코치는 한국 역도에 희망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지도자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대표팀 코치로 부임한 이후 선수들과 신뢰감을 쌓으려고 노력했다”며 “올해부터는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따라주고 있다. 기록 향상이 뚜렷하고 부상도 많이 줄었다. 선수와 지도자들의 코드가 맞다보니 복합적으로 기량이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 메달도 분명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이배영 코치의 설명이다.
“도핑 문제 때문에 다른 나라의 메달 후보들이 출전하지 못한다. 본의 아니게 국제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며 “여성부 쪽에서 상황이 좋다고 하면 메달권 진입을 노려볼만 하다. 남자 선수들도 메달권에 최대한 근접을 하는게 목표다. 일단은 자기 기록을 최대한 낸다면 하늘이 도와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배영 코치는 “중요한 것은 의지”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선수 시절 누구보다 강한 정신력으로 바벨을 들어올렸던 그는 후배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선수들한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이번 올림픽이 쉽지 않은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준비를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는 하늘과 땅 차이다. 어렵지만 참고 이겨내면서 기다리면 지금이든 다음이든 꼭 기회는 온다. 힘들더라도 끝까지 파이팅했으면 좋겠다”
| 해피온TV ‘김장훈·제갈성렬의 샤우팅’에 출연한 이배영 역도 국가대표 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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