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아:시빌워’, 히어로 무비의 진화가 궁금하다면

by김윤지 기자
2016.04.23 07:00:00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싱가포르=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심도 있는, 차별화된 작품이 필요했다.”

조 루소 감독은 지난 22일 오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서 열린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이하 ‘시빌워’) 한국 취재진 대상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히어로 영화 시장은 이미 포화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9일 언론 시사를 통해 공개된 ‘시빌워’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내용상 지난해 개봉한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잇는다. 초인등록제를 두고 엇갈리는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분)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의 갈등을 중심으로 한다. 악당과 영웅의 대결이 기존 히어물의 공식이라면, ‘시빌워’는 이를 영웅 간의 대결로 비틀었다. 여기에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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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에반스 역시 아이언맨과의 갈등이 ‘시빌워’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다. 친구와 가족이 입장 차이 때문에 싸운다. 서로에게 더 많은 상처를 준다”며 “캡틴 아메리카에게는 기존의 삶과 새로운 삶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캡틴 아메리카가 지키려는 그의 오랜 친구 윈터솔저(세바스찬 스탠 분)가 과거를, 어벤져스 멤버로서 든든한 동료였던 아이언맨이 현재의 삶을 뜻한다.

초인등록제를 두고 캡틴아메리카는 반대, 아이언맨은 찬성한다. 그동안 작품에서 묘사된 두 캐릭터의 성향을 볼 때 의외의 선택이다. 루소 감독은 “처음부터 기획된 반전”이라며 “감정적인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전개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말했다. 전편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퍼스트 어벤저’(2011)에서 순종적인 군인이었던 캡틴 아메리카는 ‘윈터솔저’(2014)에서 쉴드의 부패를 경험한다. 아이언맨은 ‘어벤져스’ 시리즈 등에서 전투를 치르는 과정에 희생된 일반인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두 사람이 엇갈린 선택을 하는 이유다.



캐릭터에 대한 묘사도 입체적이다. 윈터솔저가 대표적이다. 히드라의 세뇌로 인해 살아있는 살인무기였던 윈터솔저는 쉴드 해체 이후 버키 반즈의 삶으로 돌아간다. ‘윈터솔저’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와 대결 구도를 그리는 강력한 악역이었지만, ‘시빌워’에서는 갈등의 단초를 제공하는 인물이 되는 식이다. 원터솔저 역을 맡은 세바스찬 스탠은 “이처럼 입체적인 캐릭터를 맡은 것은 좋은 기회였다”며 “흥미로운 연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를 규정짓기보다 주어진 대본에 따라가기 때문에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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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생각할 거리도 던진다. 초인등록제는 능력자들을 통제하려는 수단이다. 현실 세계 속 ‘규제’의 역할로 치환시킬 수 있다. 에반스는 영화 속에서와 달리 “그와 같은 힘과 능력을 가진 이들이 있다면 통제와 관리가 필요하다. 잘못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통제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루소 감독은 “관리 주체가 누구인가에 달려 있다. 특정 국가가 능력자들을 관리한다고 하면 해당 국가에 힘이 과다하게 쏠릴 것이다. 유엔과 같은 조직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시빌워’는 규모의 경쟁 대신 변주의 길을 택한 영리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해서 화려한 액션이나 볼거리가 빠지지는 않는다. 아이언맨 팀과 캡틴 아메리카 팀의 독일 공항 대결신이 그것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Marvel Cinematic Universe)에 속하는 앤트맨(폴 러드 분),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분), 블랙팬서(채드윅 보스만 분) 등 새로운 캐릭터들이 합류해 풍성함을 더한다. 팔콘 역의 안소니 마키는 “스파이더맨은 우리와 안 맞았다. 2시간 마다 주스를 마시더라”고 농담을 하면서 “우리 팀이 좀 더 젊고 강하다. 당연히 이긴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밖에도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분),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 분), 비전(폴 베타니 분), 워머신(돈 치들) 등이 출연한다.

오는 2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