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잔디옥상에서 나도 한가인·엄태웅처럼"
by최은영 기자
2013.03.28 07:00:16
1년 만에 카페로 새 단장..'건축학개론' 촬영지 가보니
영화의 감동과 추억이 '새록새록'
수지 어릴 적 사진에 '납뜩이' 15년 후 비화까지
|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한가인과 엄태웅이 제주도 집 2층 잔디 옥상에 함께 누워 있는 모습(사진 위)과 ‘카페 서연의 집’ 현재 모습. 잔디 옥상에 전에 없던 난간이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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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영화에서 공간은 때론 단순한 배경 그 이상일 때가 있다. ‘건축학개론’에서 여주인공 서연(한가인 분)의 제주도 집이 그랬다.
서연이 나고 자란 고향이자 15년 만에 다시 돌아와 새 출발을 위한 집을 짓는 곳. 서연은 첫사랑이었던 승민(엄태웅 분)에게 제주도 고향 집을 다시 지어달라고 부탁하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15년 만에 재회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함께 집을 지으며 미완으로 남아 있던 첫사랑의 기억을 완성해낸다.
바로 그 집이 영화 개봉 1년여 만에 카페로 새단장해 27일 문을 열었다. 촬영 당시 세트용으로 지었던 집을 모두 허물고 같은 모양의 실제 건물로 세운 것이다.
영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 집도 한동안 관광명소가 됐었다. 그러나 촬영 세트로 부실하게 지어진 탓에 왕래가 쉽지 않았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제작사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그 당시 한 관광객은 세트인 줄 모르고 2층 잔디 옥상에 올라갔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부상을 당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어린 서연의 발자국이 새겨진 카페 입구 작은 연못과 영화에서 서연의 키를 재던 벽돌 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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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로 꾸며진 공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좁았다. 대지 150평에 실제 건물 넓이는 50평(165㎡) 정도. 집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건 영화 주제가 ‘기억의 습작’이 담긴 전람회의 CD와 CD 플레이어, 그리고 영화에서 어린 승민(이제훈 분)이 어린 서연(수지 분)을 위해 만들었던 모형 집이다. 그 반대편 벽면에는 서연이 어릴 적 키를 재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카페 입구 작은 연못 속 어린 서연의 발자국과 함께 영화 속 장면, 장면을 기억 저편에서 들춰낸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통유리로 된 접이식 창도 그대로였다.
대신 서연의 피아노가 있던 곳에는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편안하게 앉아 쉴 수 있도록 탁자와 의자가 놓였고, 주방은 바리스타 공간으로 바뀌었다.
| ‘카페 서연의 집’ 2층 내부 공간 한쪽 벽면에는 ‘어린 승민’ 이제훈과 ‘어린 서연’ 수지가 이어폰을 나눠 꽂고 ‘기억의 습작’을 함께 듣던 장면의 대형 사진이 걸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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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들어서면 어린 승민과 서연이 이어폰을 한쪽씩 나누어 끼고 ‘기억의 습작’을 함께 듣던 장면의 대형 사진이 사람들을 맞는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면 영화를 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할 ‘잔디 옥상’이다. 영화 후반부에 승민과 서연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 편안하게 누워서 제주의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추억을 공유하던 바로 그곳이다. “아직은 잔디를 심은 지 오래되지 않아 듬성듬성 땅이 보이지만 잔디가 더 자라면 극중 한가인·엄태웅처럼 이곳에 누워 자연의 감촉을 느끼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고 카페 측은 설명했다. 안전을 위해 영화에선 없던 난간이 새로 생겼지만, 그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경치는 여전했다.
| 영화에서 합성돼 쓰인 ‘어린 서연’ 수지의 실제 어린 시절 사진과 ‘카페 서연의 집’ 화장실 벽면 ‘납뜩이’ 조정석의 실제 크기 모형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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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선 승민의 친구, ‘납뜩이’ 조정석이 손님을 맞는다. 안쪽 문에 납뜩이의 모습이 실물 크기로 붙어 있는데 “어떡하지? 너!”라는 영화 속 명대사와 함께 웃음을 자아낸다.
이곳에선 납뜩이 캐릭터에 관한 새로운 사실도 들을 수 있었다. 15년 후 납뜩이의 모습이다. 심재명 대표는 “애 다섯 딸린 보험왕이 돼 승민과 우정을 이어가는 모습을 그려 넣으려 했으나 흐름상 맞지 않아 생략했다”고 비화를 전했다.
카페 입구 키재기 벽돌 옆 어린 서연과 아버지 사진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 실제 수지의 어린 시절 사진을 합성해 넣었다.
이렇듯 카페로 다시 태어난 ‘서연의 집’은 여러 추억을 담고 있었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용주 감독은 “더할 수 없는 해피엔딩”이라며 이 집의 탄생을 반겼다. 제주도에 ‘서연의 집’을 갖게 된 한가인은 “투자도 않고 이런 멋진 집을 얻게 돼 기분 좋다”고 말했고, 엄태웅은 “첫사랑의 추억을 만들고, 떠올리는 명소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 집은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1리 2975번지에 자리 잡고 있다. 올레5길 중간쯤이다.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음료 가격은 아메리카노가 4000원, 카페라테가 4500원 선. 별도 입장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