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개그맨 진나이 토모노리 "팬·강지환 덕에 한국 도전"(인터뷰)
by김영환 기자
2011.09.29 07: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영환 기자] 일본 개그맨 진나이 토모노리는 일본에서 정상의 인기를 누렸다. 한국의 유재석과 비견될 정도로 일본 내에서는 유명 인사다.
그런 그가 한일 코미디 교류를 위해 한국 코미디계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 5월과 6월 KBS 2TV `개그스타` 시즌2와 내한공연을 통해 얼굴을 비춘 토모노리는 tvN `코미디 빅리그`를 통해 다시금 한국 팬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7일에는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코미디 빅리그` 무대에 오르기 전 토모노리를 만났다. 토모노리는 개그맨이라면 장난기가 많을 거라는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진지하게 답변에 임했다.
토모노리는 "한국에 방문했을 때 뜻밖에 저를 알아봐 준 팬들이 많았다"며 "배우 강지환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데 강지환이 한국에서 일해볼 것을 추천했다"고 한국 무대에 도전하는 계기를 밝혔다.
다음은 토모노리와 일문일답
- 한국 무대에 도전하는 계기는.
▲ 크게 2가지다. 개인적으로 한국 여행을 왔는데 호텔 계신 분들이 저를 안다고 하시더라. 한국에 와서 개그를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하는 개그가 이해하기 쉬운 면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강지환도 큰 이유다. 강지환이 일본에 왔을 때 행사에 초청돼 친분을 쌓았다. 강지환이 추천했고 여러 가지 도움도 줬다.
- 강지환과 친분을 맺은 계기는.
▲ 소속사 요시모토 흥업에서 지난해 3월 무렵 오키나와 국제 영화제를 했는데 강지환을 초청했다. 저는 게스트로 가서 처음 만났다. 강지환이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이후 블로그 등을 통해 대화하는데 팬들도 교류하며 친분이 돈독해졌다. 강지환이 일본에 로케이션 촬영할 때도 자주 만났다. (강지환이 3살 연하인데?) 일본에서는 연령을 개의치 않는다. 3살 어려도 친구다. (강지환이) 밥도 여러 번 사줬다.(웃음)
-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이 있나.
▲ 카라, 티아라…. 직접 만난 적도 있었는데 예쁘더라.
- `코미디 빅리그`는 경쟁을 하는 무대다. 일본 개그에 한국 정서가 맞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 젊었을 때는 경쟁하는 무대에 많이 나갔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이런 무대에 나갈 기회가 없었다. 경쟁하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예전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일본 관객은 객석에서 가만히 있고 쿨한 느낌인데 반해 한국 관객들은 같이 으쌰으쌰하는 느낌이 있다. 그런 기를 전달받아 연기하기가 수월했다.
- 한국 개그 스타일은 어떤가.
▲ 시무라 켄이라는 일본 유명 개그맨이 있는데 그분이 주로 콩트 스타일을 하셨다. 동작이나 말투로 웃기는 점이 한국에서 통하는 개그인 듯싶다. 일본에서 콩트는 주로 2명이 하던가 혼자서 하는데 한국은 집단으로 한 무대에 선다. 이상하면서도 재미있는 현상이었다.
- `개그스타` 시즌2에서 한국어를 쓰기도 했다.
▲ 한국어는 전혀 못한다. 소속사에 한국인 스태프들이 있는데 번역해서 말하는 것을 듣고 그대로 외운다. 단어를 외우고는 있는데 한국어를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앞서 `코미디 빅리그`에 출연한 요시모토 대표들이 6위와 8위를 차지했다. 개인적인 목표는?
▲ 상위 1위까지도 노려본다. 언어적으로 문제가 있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6위 하셨던 분보다는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 1위를 하면 상금 1억원을 받는데.
▲ 요시모토에서 출연하는 팀이 10팀이라 10등분을 한다. 예전에도 일본에서 1억엔이 걸려 있는 무대에 올랐는데 2위를 해서 돈을 못 받았다. 그때 우승하면 한국에 있는 한국 친구를 일본에 데려오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에 우승하면 일본에 있는 친구들을 한국에 데려오는 데 쓰고 싶다. 실은 1억원을 받아도 소속사에서 뺏어가기 때문에 50만엔을 받을까 말까하다.(웃음)
- 일본 코미디가 한국에서 통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도전한 것 같다. 마찬가지로 한국 코미디가 일본에서 통할 수 있을까.
▲ 한국과 일본은 이웃국가다. 한국에 와서 개그를 하는 게 외국에 와서 색다른 개그를 한다는 생각은 없다. 물론 언어 장벽은 크다. 한국어만 구사할 수 있다면 일본과 같은 개그 스타일도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 그간 한국 개그맨이 일본 개그 무대에 진출한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코미디 빅리그` 같은 교류가 있다면 한국 개그가 일본에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도 일조하고 싶다.
- 영상 활용 개그를 주로 한다.
▲ 처음에는 콤비로 시작했다. 이후 서로 헤어지면서 혼자 하는 개그를 구사했다. 처음부터 영상을 쓴 것은 아니고 그림과 사진만으로 보여주다가 점차 진화했다. 남녀노소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개그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 한국은 개그맨들의 활동이 많이 위축됐다.
▲ 일본은 예전 같지 않지만 요즘에도 개그맨 사회적 위치가 높다. 개그맨을 존경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국 코미디가 어렵다는 것은 제가 잘 실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무엇보다도 웃음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웃음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 개인적인 어려움도 있었는데 개그에 도움이 되던가.(토모노리는 일본 톱 여배우 후지와라 노리카와 지난 2009년 이혼했다.)
▲ 일본의 유명한 배우와 결혼한 적이 있다. 매스컴에 이름이 오르내리며 여러 상황이 힘들었었다. 말씀드렸다시피 일본에서는 개그맨의 사회적 위치가 높다. 예능 프로그램이 70~80%에 달한다. 방송을 하고 개그를 함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는 배우들이 인터넷 악플 때문에 자살한다고 들었다. 힘든 일이 있겠지만 웃음의 힘으로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 한국에도 팬카페가 있다.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가능하다면 계속 한국에 오고 싶다. 방송에 계속 나가고 싶다. (저를) 많이 선전해주셔서 계속 부르게 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