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빠진 서울, 데얀이 있었다

by송지훈 기자
2010.04.05 06:29:00

▲ FC서울 공격수 데얀(사진_FC서울)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FC서울(감독 넬로 빙가다)이 '몬테네그로 특급' 데얀의 맹활약에 힘입어 '숙적' 수원 삼성(감독 차범근)을 꺾고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서울은 4일 오후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쏘나타 K리그 2010 6라운드 홈경기서 에스테베즈(전반24분), 정조국(전반27분), 최효진(전반32분)의 연속골에 힘입어 강민수가 한 골을 만회한 수원을 3-1로 꺾었다.

이로써 서울은 시즌 4승(1패)째를 거두며 K리그 단독 2위로 뛰어올랐고, 대 수원전 홈경기 무패 기록을 3경기(2승1무)로 늘렸다. 통산 기록에서도 서울이 19승(14무23패)째를 거두며 양 팀의 간격이 좁혀졌다.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이날 경기는 서울의 최전방 공격수 데얀을 위한 무대였다. 정조국과 더불어 서울의 투톱으로 선발 출장한 데얀은 이날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서울의 공격 과정에 연이어 결정적인 역할을 소화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우뚝 섰다.

전반24분 절묘한 힐패스로 동료 미드필더 에스테베즈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고, 전반27분과 전반32분에는 각각 정조국과 최효진의 골을 도우며 두 선수에게 올 시즌 첫 골의 쾌감을 선사했다. 이 과정에서 데얀 자신은 3개의 도움을 쓸어담아 올 시즌 공격포인트를 4개(1골3도움)로 끌어올렸다.

데얀이 기록한 '도움 해트트릭'은 K리그 통산 27번째이자 올 시즌 들어 처음 나온 '진기록'이기도 해 더욱 값졌다.



당초 서울이 '맞수' 수원과의 맞대결에서 손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선은 그리 많지 않았다. 최근 두 시즌 간 팀 전력의 핵심을 이루던 멤버들이 줄줄이 해외로 떠난 까닭이다. '천재 골잡이' 박주영이 2008년 AS모나코에 입단하며 프랑스 무대로 건너간 데 이어 지난해에는 '쌍용' 이청용과 기성용이 각각 볼튼원더러스(잉글랜드)와 셀틱(스코틀랜드)으로 이적했다.

뿐만 아니라 올 시즌 빙가다 감독 부임에 맞춰 주축 선수들이 대거 새 얼굴로 바뀐 탓에 조직력에 대한 우려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차범근 수원 감독 또한 3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과거에 박주영이 많은 골을 넣어 신경이 많이 쓰였다"며 "박주영이 해외로 나간 이후에 앓던 이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박주영와 '쌍용'이 떠나간 서울과의 맞대결에 대해 나름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서울에는 데얀이 있었다. 올 시즌 한국 프로무대에서 4번째 시즌을 맞이한 데얀은 소속팀 서울과 K리그 무대에 최적화 된 플레이로 서울의 기분 좋은 승리를 이끌어냈다. 그간 불같은 성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슴 철렁한 해프닝을 여러차례 연출해 '악동' 이미지가 굳어졌지만, 수원전을 통해 선보인 활약상은 최고 점수를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올 시즌 최전방 공격수들의 활약이 기대에 못 미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차범근 수원 감독으로서는 '상대팀 선봉장' 데얀의 존재가 속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웠을 법하다.

데얀은 K리그 무대서 올 시즌을 포함해 4시즌 간 99경기에 출장했으며, 49골13도움을 기록 중이다. 오는 11일 대구FC와의 정규리그 7라운드 원정경기를 통해 통산 100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