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렌즈' 허이재 "난 머릿발이었구나…눈물과 충격의 도전"

by김은구 기자
2009.12.12 08:30:00


▲ 허이재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머리를 자르고 나니 제 모습이 너무 안예쁜거예요. ‘난 머릿발이었구나’라는 생각에 울음이 나오더라고요.”

배우 허이재는 영화 ‘걸프렌즈’(감독 강석범, 제작 영화사 아람)에서 보라 역을 연기하기 위해 그동안 트레이드마크처럼 길러온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다.

‘걸프렌즈’는 한 남자를 사랑하는 세명의 여자가 친구가 돼 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보라는 세 여자 중 가장 연하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자신을 예쁘게 꾸미는 법을 모르는 미성숙하지만 순수한 캐릭터다. 보이시한 면도 있다.

때문에 보라 역을 위해서는 ‘예쁘게 보이면 안된다’는 게 허이재에게 떨어진 숙제였다. 허이재는 그 첫 단계로 머리카락을 자르라는 주문을 받았다.

여자로서 아깝고 그동안 머리카락을 잘라본 적 없어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불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처음 잘랐더니 “너무 멋있다”며 더 자르라는 주문이 나왔고 결국 영화 속에서 하고 나온 헤어스타일이 완성됐다.

“촬영장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저를 못알아보더라고요. ‘강혜정이다’, ‘한채영이다’ 하다가 누군가 ‘허이재도 있네’라고 했는데 ‘허이재가 어디 있다는 거야’라는 말이 뒤따라서 충격을 받기도 했어요.”



 
▲ 허이재


그럼에도 허이재가 머리카락까지 잘라가며 보라 역을 맡은 것은 연기자로서 영역을 넓히고 싶다는 욕심에서였다.

허이재는 “보라는 시나리오에 어떤 캐릭터인지 나와 있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만들어갈 게 많고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에 꼭 하고 싶었어요”라며 “그동안 너무 착한 역할만 맡아서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 같았는데 보라는 하고 싶은 말은 해요. 그런 것도 맘에 들었죠”라고 밝혔다.

허이재로서는 변신을 위한 첫 도전이 ‘걸프렌즈’의 보라였던 셈이다. 그 결과? 허이재는 “영화에서 제가 나오면 못한 것만 보이더라고요”라면서도 “다른 배역들과 차별화됐잖아요. 나름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라고 자평했다. 이어 “제가 캐릭터를 만드는 것에 매력도 느꼈죠”라고 덧붙였다.

허이재에게 6, 7세 많은 강혜정, 한채영과 함께 출연하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선생님’급 선배가 아니라면 부딪칠 일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후배고 막내니까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촬영 초기에는 언니들에게 깍듯이 대했는데 갈수록 장난을 많이 치니까 언니들이 놀라더라고요. 평소 선배로서 동경했던 언니들과 함께 촬영한 덕분에 배운 것도 많아요.”

‘걸프렌즈’는 17일 개봉한다.

(사진=한대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