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 vs '지붕뚫고 하이킥' 무엇이 다를까?
by장서윤 기자
2009.08.2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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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장서윤기자] 2년만에 돌아온 '시트콤의 귀재' 김병욱 PD가 새 작품 '지붕뚫고 하이킥'(극본 이영철 외)으로 또다른 도전에 나선다.
2006년 일일시트콤 부활과 함께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김 PD는 오랜 호흡을 맞춰 온 작가, 스태프와 함께 4개월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시청자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시골에서 갓 상경한 스물 두살, 아홉살 두 자매가 중소식품회사 사장 이순재(이순재)의 집에 가사도우미로 입주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지붕뚫고 하이킥'에 대해 김 PD는 "사실상 '거침없이 하이킥'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라 시즌 2'라고는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 PD의 전작에서 보여졌던 웃음의 요소나 극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이에 오는 9월 7일 방송을 앞둔 '지붕뚫고 하이킥'이 전작 '거침없이 하이킥'과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전작 '순풍 산부인과' '웬만하면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거침없이 하이킥' 등 김병욱 PD가 연출한 대부분의 시트콤에서 등장한 '가족'이라는 테마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한의사 이순재 가족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에도 유일하게 합류한 가장 이순재의 직업은 중소식품회사 사장. 여기에 이순재 사장이 좋아하는 고교 교감 김자옥(김자옥), 이순재의 딸인 체육교사 이현경(오현경) 그녀의 남편 정보석(정보석) 이순재의 집에 가사도우미로 입주하게 된 두 자매 세경(신세경)과 신애(서신애)가 펼치는 에피소드가 극의 중심을 이룬다.
이와 관련, 제작진은 "막장드라마가 범람하는 최근 TV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이 보여줬던 따뜻한 유머를 다시 이끌어내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기획 의도를 밝혔다.
시청자들에게 의외성으로 코믹함을 선사한 등장인물 캐릭터 비틀기는 이번 작품에서도 계속된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이순재는 겉모습은 완고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잘 빠치고 칭찬에 약한 어린애다운 면을 지니고 있다. 또 유미(박민영)는 청순하고 다소곳한 외모와는 달리 심각하게 나쁜 머리를 자랑한다.
이같은 역발상은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도 이어져 샤프하고 지적인 외모의 정보석은 무능하고 간단한 숫자 계산에도 약한 인물로, 단아한 모습의 김자옥도 남학생들의 젖꼭지를 수시로 꼬집어 '변태교감'이란 별명이 붙은 인물로 등장한다.
김병욱 PD는 "이미 시청자들에게 특정 이미지가 각인된 중견 연기자들은 정 반대의 캐릭터를 보여줄 때 큰 웃음을 자아낸다"며 "이같은 캐릭터 비틀기를 바탕으로 희비극이 공존하는 시트콤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체적인 콘셉트 면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미스터리적 요소를 차용했다면 '지붕뚫고 하이킥'은 복고풍 분위기를 지향한다. 전작 '하이킥'은 극 중간 개성댁 실종 사건과 유미 아빠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 유발 등 추리극을 보는 듯한 장치를 여럿 이용했다.
반면 '지붕뚫고 하이킥'은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인물들이 낯선 대도시에서 겪는 상황은 어떨까'란 고민에서 출발,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2009년 서울의 현주소를 코믹하게, 때로는 정곡을 찌르는 페이소스와 함께 담아낼 예정이다.
김 PD는 "당초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복고풍 코미디를 기획했었다"며 "복고적 분위기를 통해 순수함을 그리는 '시대정신'을 극에 담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은 무엇보다 초반부터 캐릭터보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서사' 위주로 극을 끌고 가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김 PD는 "'거침없이 하이킥' 등 전작에서 초반 2개월간은 항상 시청률이나 시청자 반응 면에서 고전했다. 이는 등장인물 개개인별의 명확한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 작품부터는 처음부터 이야기 위주로 극을 전개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캐릭터가 아닌 서사 위주의 전개 방식을 택할 경우 계속해서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야 하기 때문에 제작진은 훨씬 더 많은 부담감을 안게 된다.
김 PD는 "이순재-김자옥 선생님의 러브라인과 강원도에서 상경한 두 자매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각각의 개성적인 캐릭터도 여전히 극의 매력요소로 자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