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의 컴백' 김범수, "군 제대 후 오히려 회춘했다네요"
by박미애 기자
2008.08.18 08:00:00
[이데일리 SPN 박미애기자] ‘얼굴 없는 가수’ 김범수가 돌아왔다. 2006년 5집 발표 후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에 입대, 잠시 가요계를 떠나 있었던 그가 19일 6집 앨범을 들고 다시 팬들 곁을 찾는다.
새 앨범 발매를 몇일 앞두고 팬들과 다시 만날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는 그를 만났다. 지난 3월 제대하고 5개월만이다. 아직은 군발이 티를 덜 벗은 모습에 군기가 덜 빠져 다소 뻣뻣하리라는 기자의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갔다. 김범수는 "군대에 갔다 왔더니 사람들이 오히려 회춘했다고 하더라"며 한층 여유있는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군대에 있으면서 2년 넘게 묵혀온 음악에 대한 갈증이 이번 앨범으로 단번에 해소될 순 없을 터였다. 하지만 김범수는 이번 앨범에 자신이 직접 작사에 참여할 만큼 많은 공을 들였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이번 앨범에 담았어요. 지금까지는 프로듀서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여 왔었다면 이번에는 작사에도 참여하면서 프로듀서와 공동으로 작업을 많이 했죠. 제 입김을 불어넣고 제 손때를 묻혔기 때문에 애착이 안 갈 수 없는 앨범이에요.”
앨범에 대한 그의 애정은 표면적으로도 드러난다. 이번 앨범에는 총 15곡이 수록돼 있으며 타이틀곡 ‘슬픔활용법’은 지금껏 그가 해온 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의 타고난 보컬 실력에 ‘역시’라는 감탄사를 절로 자아낸다.
또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쉬운 이별’, 컨트리풍의 ‘님아’, 가스펠 넘버 ‘은혜로’ 등 발라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시도함으로써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려고 노력한 점도 높이 살만하다.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저 역시 다양한 음악을 한다는 것이 자칫 제 색깔을 퇴색케 하는 건 아닐까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바로 앞의 상황만 보고 달릴 순 없잖아요. 인순이 선배님이나 이승철 선배님처럼 ‘롱런’하는 가수가 되고 싶거든요. 당장은 쉽지 않고 결과 또한 제 생각과 다를 수 있겠지만 멀리 내다보는 차원에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뿐만 아니라 그는 인터뷰를 통해 여자친구의 존재에 대해서도 깜짝 고백했다. 김범수는 ‘님아’라는 곡을 소개하며 10년간 자신의 곁을 한결 같은 마음으로 지켜준 여자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곡이라고 수줍게 전했다.
김범수는 군대에 있을 때 연예병사로 복무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공연을 다니며 군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데 동원되곤 했단다. 그는 군입대 전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한 탓에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군대에 있으면서 인지도가 상승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물론 여전히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군대에 있으면서 공연 다니고 사진도 찍히고 그러면서 이전보단 얼굴이 많이 알려졌죠. 군 시절이 사실 힘들긴 했는데 사람을 얻었다는 흐뭇함도 있어요. 원래 소극적인 편이라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성격이 못 되거든요. 군대는 싫든 좋든 한 공간에서 같이 생활을 해야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더라고요.”
탤런트 지성과의 인연도 그렇게 맺어졌다. 군대에서의 인연으로 김범수는 지성의 일본 팬미팅에 게스트로 초대받아 무대에 섰으며, 이번 6집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에선 지성이 주인공으로 나서 의리를 과시하기도 했다.
제대 후 첫 앨범, 그런만큼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수차례 자신 스스로를 가다듬었지만 욕심을 버린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데뷔곡 ‘하루’로 2001년 미국 빌보드 차트 ‘핫 싱글즈 세일즈’ 부문에서 51위를 차지한 바 있고 2004년에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주제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보고싶다'라는 히트곡도 가지게 됐다.
“멀리 내다보자 하며 마음을 추스렸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더라구요. 대중은 항상 부담스런 존재예요. 게다가 제대 직후 목 상태가 극도로 악화돼 병원에서 성대 결절 판정을 받은 후엔 한 동안 우울증 아닌 우울증까지 알아야 했어요.”
성대 결절, 가수들이 두려워하는 병 중 하나다. 특히 목소리 하나로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른 김범수에게 있어선 그 순간 ‘여기서 끝인가’라는 공포마저 엄습해왔다. 김범수는 새 앨범을 빨리 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에 더욱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 달 동안 아무 것도 안 했어요. 사람들도 만나지 않았죠. 병원에서 치료받고 회복하면서 다시 발성 연습을 하고 예전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하지만 제대 직후의 이 혹독했던 시련기가 오히려 롱런하는 가수가 되자라는 자신의 오랜 꿈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그는 말했다. 시련의 순간을 '위기'라 생각치 않고, 자신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전화위복의 시간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저는 발라드 가수라는 이미지가 컸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자타가 인정하는 보컬리스트로 대중을 선도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사진=한대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