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밀양' 한 여자의 어두운 삶에 내리쬐는 비밀스런 햇볕
by유숙 기자
2007.05.07 08:00:00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이창동 감독이 ‘오아시스’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작품 ‘밀양’은 모든 것을 잃은 여자 신애(전도연 분)의 고통스런 삶과 그녀의 주변을 지키는 종찬(송강호 분)의 이야기다.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과 배우들이 만들어낸 수작으로 제60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인 음악감독이 만든 '뽕기' 가득한 주제가도 여운을 남긴다.
'밀양'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이자 종찬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신애의 쓰디쓴 인생이 영화의 중심에 서 있다.
그래서 '밀양'은 신애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녀의 마음으로 느낄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대신 신애의 안으로 들어가 영화를 소개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사랑하는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었습니다. 사람들은 남편이 외도를 했다고 하지만 제 남편이 사랑한건 저와 우리 아들뿐이랍니다. 그래서 전 아들과 함께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바로 이 곳, 밀양(密陽)으로 말이죠.
처음에는 이웃들의 텃세 때문에 새 출발이 쉽지는 않았답니다.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전 약간의 속임수를 썼습니다. 가진 돈은 없지만 땅을 살 것처럼 좋은 땅을 보러 다니고 이웃 아주머니들을 모아서 한 턱 쏘기도 하면서 그들과의 거리를 좁혀나갔죠.
그러던 어느 날 제 인생에 또 한 번 시련이 왔습니다. 세상에 하나 뿐인 우리 아들이 유괴를 당한 겁니다. 전화를 걸어온 유괴범에게 애원도 해보고 화도 내봤지만 우리 아들은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왜 제게만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걸까요.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절망과 고통, 한숨이 제 가슴을 짓눌러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마치 운명처럼 제 눈앞에는 앞 집 약사가 말했던 부흥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날 부흥회를 통해 하나님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그날 이후 제 인생은 달라졌습니다. 마음이 그렇게 편하고 가벼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해 못하시겠지만, 마치 하나님과 연애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이런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새로운 '배신'을 겪게 되네요.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후, 제 마음은 많이 정리가 됐습니다. 살다보면 조금씩 더 나아지겠죠.
오늘도 우리 집 마당에는 비밀스런 햇볕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앞에는 밀양에 첫 발을 내딛을 때부터 제 주위를 끊임없이 맴돌았던, 능글맞지만 고마운 카센터 사장이 있습니다.
제 삶에도 희망의 빛이 비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