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난제]음식점 상용근로자 7년여만에 감소

by김형욱 기자
2018.05.15 17:00:20

경기부진·최저임금 여파…임시일용 근로자는 오히려 늘어

(수치=KOSIS)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식당, 술집 등을 포함한 음식점 및 주점업 상용근로자가 올 1분기에 7년3개월만에 감소했다. 자영업자가 구조적 과잉경쟁 속에 경기 부진, 최저임금 인상 폭 확대 같은 부담에 고용을 줄이거나 사업을 접은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이 15일까지 국가통계포털(KOSIS)에 집계한 사업체노동력조사 중 음식점 및 주점업 종사 상용 근로자 수는 올 1분기 64만4647명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598명 줄었다.

감소율은 0.2%로 크지 않았지만 감소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음식점 및 주점업 종사 상용 근로자 수 감소는 2010년 4분기(363명 감소) 이후 7년3개월(29개분기)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음식점 및 주점업에 종사하는 안정적 근로자가 줄었다는 걸 뜻한다. 상용 근로자란 고용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이거나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정규직이다.

음식·주점업 상용 근로자 수는 자영업 과잉 경쟁이란 우려 속에서도 꾸준히 늘어 왔다. 제조업 등 전통 산업에서의 고용 불안이 자연스레 이 업종의 고용 증가로 이어진 모양새였다. 2010년1분기 38만6146명이던 이 분야 상용 근로자 수는 올 1분기 말 기준 64만4647명으로 8년 새 66.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상용 근로자 수가 1060만명에서 1480만명으로 39.6% 증가한 것과 비교해 증가 속도가 빨랐다.

그러나 최근 음식·주점업 상용 근로자 수 분기별 전년대비 증가 속도는 2015년 2분기 7만4932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 분기 줄어 왔다. 지난해 4분기 증가 숫자는 4518명으로 3년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에 따른 음식·숙박업 생산성(매출) 하락에 따른 고용 감소로 추정하고 있다. ‘숙박 및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올 3월 반등하기는 했으나 중·장기적으론 하락 국면이다. 정부 관계자는 “음식점 및 주점업 생산지수가 최근 좋지 않았다”며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외국인 여행객 감소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 초 최저임금 대폭 증가(시간당 6470원→7450원) 여파에 외식업계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상용 근로자 수가 줄어드는 동안 임시일용 근로자 수는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음식점 및 주점업의 임시일용 근로자는 38만1041명으로 1년 전보다 3394명 늘었다. 4개분기 만의 전년동기 대비 증가다. 이 결과 음식·주점업 전체 근로자 수는 103만6179명으로 1211명 늘었다. 수치상으론 상용 근로자를 임시 일용직이 대체한 셈이다.

이 같은 추이는 지난해부터 경기가 둔화한 건설업에서도 볼 수 있다. 올 1분기 건설업 상용 근로자 수는 84만9235명으로 1년 전보다 3만5562명 줄었으나 임시일용 근로자 수는 40만2531명으로 4만3164명 늘었다.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1분기 상용 근로자(95만6711명)는 9783명 줄고, 임시일용직(8만943명)은 4530명 늘었다. 사업지원서비스업이란 경비 및 경호 서비스업, 보안 시스템 서비스업, 임시 및 일용 인력 공급업, 고용알선업 등이다. 아파트에 경비·청소 인력을 공급하는 업체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이나 자영업자가 노동비용이 큰 상용 근로자를 임시직 형태로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저임금을 짧은 기간에 급격히 올리면 고용 시장에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 1분기 전체 근로자(1759만명) 중 상용 근로자 수는 1480만명, 임시일용 근로자는 172만명이었다. 상용 근로자는 16만9441명 늘고 임시일용 근로자는 6만1977명 늘었다.

중구 명동 식당가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