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인상 피하나…원유 가격 3년째 `동결 수순`
by김미경 기자
2026.05.15 18:10:33
생산비 0.4% 감소로 협상 조건 미달
유업계 "가격보다 ‘남는 우유’가 더 문제"
흰우유 소비 줄며 잉여 원유 갈수록 부담
다음달 원유 물량 재배분 논의 시작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올해 원유(原乳) 값이 또 동결된다.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 생산비 상승폭이 가격 조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흰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의 인상 가능성도 한풀 꺾일 전망이다.
현행 원유가격 연동제는 생산비 변동률이 전년 대비 ±4% 이상일 때만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데, 올해 생산비는 오히려 0.4% 줄었다. 이에 따라 유업계와 낙농업계는 사실상 3년 연속 원유 가격 동결 국면을 맞게 됐다.
다만 업계 분위기는 마냥 밝지 않다. 흰우유 소비 감소로 ‘남는 우유’ 부담이 커지면서 이제는 가격보다 원유 물량 구조조정이 더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매장 우유 진열대에 우유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15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원유 생산비는 전년 대비 0.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행 원유가격 연동제는 생산비 변동률이 전년 대비 ±4% 이상일 경우 가격 조정 협상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올해 역시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협상은 열리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리터(ℓ)당 1084원, 치즈·분유 등에 쓰이는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리터당 882원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생산비 변동폭이 기준에 못 미쳐 가격 협상이 열리지 않았고, 2024년에는 음용유 가격은 동결한 채 가공유 가격만 소폭 인하됐다. 사실상 3년 연속 동결 흐름이다.
유업계는 단기적으로는 원가 부담을 덜게 됐지만 마냥 안도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속에서 가격 인상 부담은 줄었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잉여 원유가 빠르게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오르지 않은 건 부담 완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현재 업계는 가격보다 남는 원유 처리와 물량 구조 개편에 더 민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흰우유 소비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 대비 9.5% 줄었다. 저출산과 1인 가구 증가, 식물성 음료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내 원유 공급 구조는 여전히 음용유 중심에 머물러 있다. 현재 원유 쿼터의 약 88.5%가 음용유용인 반면 치즈·분유·아이스크림 등에 활용되는 가공유 비중은 5% 수준에 불과하다. 소비 구조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면서 유업체들의 재고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는 원유는 전지·탈지분유 등으로 가공되지만 재고 처리도 쉽지 않다. 국산 탈지분유 가격은 수입산 대비 2~3배 비싼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재고 소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은 B2B 공급 확대나 수출용 분유 판매 등으로 물량 소진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상 손실을 감수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제는 단순 가격 문제가 아니라 국내 낙농 구조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낙농진흥회는 다음 달부터 생산자와 유업체 대표가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꾸려 2027~2028년 적용 원유 물량 배분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음용유 물량 감축과 가공유 비중 확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