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방문 중 호르무즈 긴장 고조…선박 나포·침몰 잇따라
by임유경 기자
2026.05.15 17:24:02
UAE 인근 선박 피랍돼 이란 방향 이동
오만 해역서 공격받은 인도 화물선 침몰
이란 “호르무즈 통제권·선박 나포할 권리 있어"
이란 문제 두고 미·중 정상회담 후 발표 온도차
이란, 中선박 통행 허용하며 친중 행보 강화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기간 중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선 선박 나포와 침몰 사건이 잇따르며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인근에 정박 중이던 선박 한 척이 무장 세력에 의해 나포돼 이란 방향으로 이동했고, 오만 해역에서는 인도 국적 화물선이 공격을 받은 뒤 침몰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날 나포된 선박이 UAE 주요 원유 수출항인 푸자이라 북동쪽 38해리(약 70㎞) 해상에 정박 중이던 가운데 비인가 인원에 의해 장악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영국군은 해당 선박이 이란 영해 방향으로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
| |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지난달 24일 에파미논다스호를 나포한 모습. (사진=로이터통신/타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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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연안에서 선박이 나포된 것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UAE를 비밀리에 방문했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뒤에 발생했다. UAE 측은 네타냐후 총리의 방문이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이란 측은 즉시 UAE를 향해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놨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세력은 반드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날 인도 당국은 인도 국적 화물선이 전날 소말리아에서 UAE 샤르자로 향하던 중 공격을 받아 선내 화재가 발생했고 이후 오만 해안 인근에서 침몰했다고 밝혔다. 인도인 선원 14명은 오만 해안경비대에 의해 모두 구조됐다. 인도 외무부는 공격 주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상선과 민간 선원에 대한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번 사건들의 공격 주체는 즉시 밝혀지지 않았으나, 정황상 이란이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란 고위 관리들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자국의 통제권과 미국 연관 유조선에 대한 나포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란 국영 TV 보도에 따르면 모하마드레자 아레프 이란 부통령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소유이며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사법부 대변인은 같은날 국영 매체 이란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국제 해양법을 위반하고 해적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이란은 해협에서 미국과 연관된 유조선을 나포할 법적·사법적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란은 지난주에도 ‘오션 코이호’를 포함한 여러 선박을 나포했다. 국영 IRNA 통신은 해당 선박이 이란 원유를 운송 중이었으며 원유 수출과 이란의 이익을 방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선박은 오만만에서 나포된 뒤 이란 남부 해안으로 이동됐다. 미국은 지난 2월, 이란산 원유를 수송하는 ‘그림자 함대’의 일환으로 ‘오션 코이’에 제재를 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란 문제 해법을 논의한 와중에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긴장은 한층 더 고조된 것이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걸프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이번 회담이 역내 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물밑에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측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란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성과로 내세웠다. 백악관은 회담 직후 성명을 내고 양국이 이란의 핵 보유 불허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반대 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기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란에 군사 장비를 주지 않기로 했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돕겠다고 제안했다고 했다.
반면 중국 측 공식 발표는 미국 측과 온도 차이를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전쟁을 계속할 필요는 없으며 조기 해결책을 찾는 것은 미국과 이란, 지역 국가들, 전 세계에 이익이 된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재확인했다. 또 핵 보유 반대나 무기 공급 중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러한 와중에 이란은 친중국 행보를 이어갔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중국 선박들이 지난 14일 밤부터 이란의 새로운 통행 규정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중국 외교부 장관과 주이란 중국 대사의 요청에 따라 중국 선박의 통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선박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도착한 시점에 통과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