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친구해줄래?…트럼프, 시진핑 두 손 포개고 어깨 토닥토닥

by방성훈 기자
2026.05.15 17:15:20

베이징 ''몸짓 외교''에 전 세계 시선 집중
美 출발 땐 단호하더니 베이징선 환한 미소
손포개기·어깨 토닥이기·어색한 표정 등 화제
이란 협력 못 얻고 대만 경고만…실익 논란
"환상적 무역합의" 자평했지만 SNS선 침묵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손을 맞잡았다. 함께 오래 걸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팔을 만졌고, 또 한 번 만졌다. 그러고도 또 악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보여준 ‘몸짓 외교’에 대해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은 이같이 보도했다. 세계 1·2위 국가 지도자들의 만남은 사진 한 장도 역사에 기록되는 ‘빅 이벤트’인 만큼, 전 세계 시선이 집중됐다. 무역, 대만, 희토류,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사안마다 부딪치는 두 정상이지만 적어도 카메라 앞에선 “경쟁자보다는 친구”임을 부각하려 한 모습을 보였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2박 3일간의 중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AFP)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출발할 때와 중국에 도착했을 때의 표정 변화다. 백악관을 떠나며 기자들에게 단호한 어투와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 레드카펫에 발을 디딘 순간 그는 시 주석을 향해 환한 미소와 함께 두 손을 내밀었다. 다만 일부 장면에선 마치 억지로 만들어낸 듯한 어색한 미소를 지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톈탄(天壇)공원에서 레드카펫을 함께 걸으며 미소를 띤 채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어깨와 등을 가볍게 토닥이는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다만 미 허프포스트는 바디랭귀지 전문가 트레이시 브라운과 돈나 던리의 분석을 인용해 “친구 사이도 아닌데 어깨를 두드리는 것은 ‘잘했어, 착하지’처럼 강아지를 쓰다듬는 듯한 깔보는 제스처”라며 “시 주석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효과를 노린 행동”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동맹국 정상을 대하던 태도와는 정반대여서 큰 주목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모욕에 가까운 언사로 상대 지도자를 폄하해 비판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을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FP)
악수 장면도 외신들의 분석 대상이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 때마다 서로의 손을 거세게 끌어당기는 ‘기싸움 악수’를 벌여온 데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19초간 손을 놓지 않는 ‘악수 압박’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어서다.



하지만 이 역시 달랐다는 평가다. 뉴스위크는 옥스퍼드대 출신 심리학자 피터 콜렛의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다가갔지만, 정작 호스트인 시 주석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혼자 안달난 듯한 인상을 남겼다”고 짚었다.

콜렛은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상대를 자기 쪽으로 거칠게 끌어당기는 ‘얀크-셰이크(yank-shake)’ 악수를 시 주석에게는 쓰지 않았다. 상대를 동등하게 본다는 환상을 깨고 싶지 않을 때 나타나는 행동”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권력 놀이의 대가로 여기지만, 시 주석에게선 적수를 만난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라일 모리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도 NYT에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파워 풀’(power pull·상대 손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동작) 악수를 끝내 허용하지 않은 점이 주목된다”며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왼손으로 시 주석의 손을 가볍게 몇 차례 두드리며 한층 친밀한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 앞에서 유독 자세를 낮춘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 주석과 정말 친해지고 싶다는 ‘갈증’(thirsty vibe)을 풍겼다”는 멜라니 하트 애틀랜틱카운슬 글로벌차이나허브 선임국장의 분석을 전했다. 시 주석이 자신을 인간적으로 좋아해 주고, 둘 사이에 유대가 형성돼 특별 대우와 거래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몸짓에 그대로 드러났다는 진단이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중국 측이 마련한 환영 행사도 시선을 끌었다. 인민해방군 의장대의 절도 있는 사열 뒤로, 양국 국기와 꽃을 든 어린이들이 일사불란하게 도열해 있다가 두 정상이 가까이 다가오자 일제히 깡충깡충 뛰며 환호성을 질렀다. NYT는 “두 정상이 지나가자 아이들은 다시 조용히 줄지어 정렬했다”고 전했다. 마치 잘 짜여진 안무 같은 풍경이었다는 것이다. NPR과 미국 뉴스위크 등은 이 장면을 “안무화된(choreographed) 환영”이라고 묘사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 환영식에서 양국 국기와 꽃을 흔드는 어린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화려한 의전 뒤편에선 치열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미 정치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회담 후 톈탄공원으로 이동하는 일정에서 중국 측 경호 인력이 미 비밀경호국(시크릿서비스) 요원들의 총기 반입을 가로막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약 90분간 지연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아울러 정상회담 직전 인민대회당으로 입장하던 중 한 미국인이 카메라맨에게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그대로 미 공영방송 PBS 카메라에 잡혀 소셜미디어(SNS)에서 바이럴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중국 방문을 위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한편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미묘한 행동 변화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평소 외국 정상과의 회담이나 회동 결과를 트루스소셜에 활발히 올리며 자평하던 그가, 이번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어떠한 글도 올리지 않아서다.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이뤘다’는 자평과 달리 실제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번 회담에서 이란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으로부터 이렇다 할 협력을 끌어내지 못한 데다, 대만 문제에 대해선 오히려 시 주석으로부터 “잘못 다루면 미·중이 충돌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들어 잃은 것이 더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환영식에서 미소를 보이며 꽃을 흔드는 어린이들을 향해 박수치고 있다. (사진=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