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강기윤, 선거법 위반”…한국당, ‘축구장 유세’ 막판 악재로

by김미영 기자
2019.04.01 16:42:15

흔한 ‘설화’ 피했는데…드문 ‘금지장소 선거운동’ 논란
경남선관위, 강기윤에 “재발 않게 하라” 공문
경남FC는 징계 위기…“황교안 사과, 강기윤 사퇴하라”
“의욕만 넘쳐서 ‘오버’…판세 악화될 듯”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당명이 적힌 붉은 점퍼를 입고 지난 30일 오후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대구FC의 경기때 경기장 내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경기장 안으로까지 들어가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4.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의 이른바 ‘축구장 유세’가 한국당의 막판 악재로 떠올랐다.

과거엔 지도부와 후보가 말실수, 즉 ‘설화’로 실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렇듯 선거운동 장소가 문제가 돼 발목을 잡았던 사례는 찾기 힘들다. 정치권 한 관계자도 “15년 동안 이런 일이 있었나 싶다”고 할 정도다. 종교, 스포츠 같이 철저히 정치와 ‘분리’돼온 분야의 장소에서 선거운동을 벌인 건 황교안 대표 일행의 의욕이 부른 실책이었단 지적 속에 여야 없이 황 대표 사과 요구가 빗발치는 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 관계자는 1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축구장은 입장료를 냈다는 확인을 받은 이들만 출입 가능한 곳으로,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로 볼 수 없다”면서 “공직선거법 106조 2항에 저촉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 그와 동행한 강기윤 창원·성산 국회의원 후보 등이 모두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106조2항에 벌칙 조항이 없어서, 추후엔 이런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공명선거 협조 요청을 담은 공문을 강기윤 후보 측에 발송하는 행정조치를 내렸다”고 부연했다.

선관위 측에선 앞서 한국당 경남도당에서 “도선관위에 문의한 결과 공직선거법 106조 2항에 따르면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호소가 가능하다는 답변과 함께 선거법 위반은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당 측에서 당초 문의할 때엔 ‘창원축구센터 내 선거유세 가능 여부’를 물었을 뿐, ‘경기장 내 유세 가능 여부’를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선관위 유권해석을 받았다”는 한국당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선관위 입장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30일 황 대표와 강 후보 등이 경남FC-대구FC의 K리그1 4라운드가 펼쳐진 창원축구센터 내에서 벌인 선거 유세다. 황 대표는 당명이 적힌 붉은 점퍼를, 강 후보는 자신의 기호와 이름이 적힌 선거운동복을 각각 입은 채 경기장 내에서 지지를 호소하면서 논란이 됐다.

황 대표와 강기윤 후보는 선관위의 경미한 행정조치로 그쳤지만, 정작 경남FC가 프로연맹 경기위원회로부터 징계 위기에 놓이게 되면서 정치적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프로연맹 경기위원회는 이날 K리그 4라운드 경기평가회의를 열고 “경남FC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린 뒤 상벌위원회에 회부키로 했다. 경기장 안에서 선거 운동을 벌이는 경우 홈 구단은 △10점 이상의 승점 삭감 △무관중 홈 경기 및 연맹지정 제3지역 홈경기 개최 △2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경고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어 한국당을 향한 원망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한국당도 이를 의식한 듯, 경남도당이 나서 입장문을 내고 “경남 FC 관계자 및 축구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경남FC 축구단이 이번 일로 인해 어떠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되길 희망한다. 한국당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고개 숙였다.

그러나 경남FC의 징계가 가시화되면서 다른 당들에선 황 대표의 사죄와 강기윤 후보 사퇴 요구까지 나오는 등 파장이 번지는 형국이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축구장 난입 불법선거운동’ 불사하며 ‘황교안 식 황제놀음’에 빠진 황교안 대표는 경남도민과 축구팬, 경남FC에 사과하고, 강기윤 후보는 즉각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창원성산의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도 “‘최순실도 모른다’, ‘김학의 동영상도 모른다’, 이제는 축구 규정도 모른다며, 모르쇠로 책임 회피에 급급하는 황 대표는 지금이라도 창원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10년 가까이 도의원, 국회의원을 하면서 창원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사과 한마디 없었던 강기윤 후보도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주말 동안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조동호, 최정호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자 분위기가 들떠서는 황 대표 측이 의욕만 앞서서 실무적, 정무적 검토를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엄 소장은 “창원성산까지 뒤집어보겠다고 ‘오버’한 듯 하지만,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