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유기 잇따르지만 국회 문턱 못 넘은 '비밀출산법'

by한정선 기자
2019.04.01 16:28:21

오신환 의원, 지난해 2월 대표 발의..복지위 계류
미혼모의 각종 공식 서류에 출산정보 드러나지 않게 해
오신환 "영아 유기에 살인죄 적용? 처벌은 해결책 아냐"

29일 충북선 무궁화 1707호 열차 화장실 변기 내부에서 신생아가 숨진 사건이 발생해 경찰 관계자가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최근 신생아 유기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신생아 유기를 막을 수 있는 ‘비밀출산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법은 지난해 2월 발의됐지만 아직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지난 29일 인천의 한 주택가에는 새벽에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아기가 담요에 쌓여 버려졌고 같은 날 20대 대학생이 무궁화호 열차 내에서 아이를 낳고 유기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1일 입장문을 통해 “이제는 국회가 영아유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제도개선에 힘써야 할 시점”이라며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에는 계류 중인 ‘임산부 지원 확대와 비밀출산에 관한 특별법’ 통과를 촉구했다. 이 법은 다양한 이유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임신부에게 출산 사실을 비밀로 할 수 있도록 하며, 경제적 사회적 이유 등으로 곤경에 처한 임신부가 안전하게 출산을 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생아 유기사건이 늘어난 것은 데에는 2012년 8월부터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원인으로 꼽힌다. 입양된 아이들이 추후 친부모를 찾아올 수 있도록 하고 영아들의 유기와 매매를 막기 위해 친부모가 입양 전에 반드시 영아를 주민등록 해야하는 주민등록 의무제가 시행됐지만 이 때문에 신분 노출을 꺼리는 친부모가 비밀리에 아이를 유기하는 사태가 늘어난 것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입양특례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1년 서울 관악구의 ‘베이비박스’에 놓인 아기는 24명에 불과했지만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후인 2013년에는 224명으로 10배 급증했다. 베이비박스는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에서 교회 외부에 설치한 상자 모양의 장치로 교회 외부에 아이를 두고 가면 교회 실내에서 구조할 수 있다.



무분별한 신생아 유기를 막기 위해 오신환 의원이 지난해 2월 ‘임산부 지원 확대와 비밀출산에 관한 특별법안’(비밀출산법)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비밀출산법의 취지는 비밀출산을 원하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영아에 대한 신원과 필요한 정보는 남겨두되 미혼모의 각종 공식 서류에는 출산정보나 영아에 대한 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혼모는 출산 여부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고 영아는 유기와 매매의 위험 없이 안전하게 입양될 수 있다.

오신환 의원은 “지난 1월 법무부가 아기를 버려 숨지게 하는 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영아유기가 지속되는 현실에서 강력한 처벌이 영아유기를 방지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개인 정보를 보호받게 한다고 해도 미혼모의 입장에서는 과연 자신의 출산 이력 등 비밀이 유지될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감이 클 것”이라면서 “이같은 불안감 때문에 정상적 절차를 밟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입양된 아이가 친모를 적극적으로 찾지 않는 이상 비밀이 보장되는 것의 홍보와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은 입양된 아이가 원하면 친모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있지만 아이가 원해도 친모의 정보를 아이가 열람하게 할 것인지 여부를 친모가 결정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