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경의선·동해선 연결 합의…한반도 물류동맥 뚫린다

by권소현 기자
2018.04.27 19:06:28

[고양=특별취재팀 방인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공동식수 및 친교산책을 마친 후 평화의집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2018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및 도로를 연결하는 작업을 1차적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조만간 대규모 인프라 투자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의선은 남북관계 경색 전 실제 운행한 만큼 어느정도 보수작업만 하면 바로 연결이 가능하고 동해선은 현재 남측 단절 구간인 고성 제진~강릉 구간을 연결하면 부산에서 북한까지 동해안을 따라 물류동맥이 형성된다.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공동 서명했다.

선언문에서 양측 정상은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을 취하기로 합의했다. 남북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일단 길을 놓고 철도를 까는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경의선과 동해선은 일제 강점기 때 부설된 철로로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운행이 중단됐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남북간 화해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연결 시도가 이뤄졌다. 그러나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남북 관계가 냉각되고 철도와 도로 연결은 다시 끊겼다.

경의선은 서울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철도로 1904년에 착공해 1906년에 완공됐다. 일본이 한반도를 거쳐 만주까지 지배하려는 목적으로 러·일 전쟁 때 499kkm 길이의 군용 철도로 건설한 서부지역 종단 철도였다. 한반도와 만주에서의 주도권을 두고 열강이 치열한 다툼을 벌였던 만큼 경의선의 부설권도 프랑스, 대한제국, 일본 등으로 넘어가는 부침을 겪었다. 결국 러일전쟁 와중에 일본이 부설권을 차지해 군용 철도로 부설했다.

1943년 복선으로 개량됐지만 1945년 해방과 함께 9월 남북을 잇는 열차는 운행을 멈췄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11월부터 1951년 6월까지 서울~대동강 구간이 잠시 운행되기도 했지만 결국 중단됐다.

끊어진 철도가 다시 생명을 얻은 것은 2000년 평양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때였다. 당시 회담에서 경의선 복원사업이 논의되기 시작한 후 남측은 2000년 9월 경의선 착공 후 2001년 임진강까지 개통하고 2002년 4월에는 도라산까지 열차운행을 개시했다. 북측도 2002년 9월 경의선을 착공해 2003년 6월 남북 공동으로 궤도 연결식을 거행한 뒤 2007년 5월 남북열차 시험운행을 실시했다.



동해선 역시 일본이 한반도의 동해안을 따라 달리는 철도 부설 계획에 따라 탄생했다. 경주~부산진 구간을 시작으로 함경남도 안변과 강원도 양양을 잇는 동해북부선 구간을 개통했고 일제강점기 말기였던 1940년에 묵호역에서 동해역이 개통됐다. 1944년에는 동해역에서 삼척역이 뚫렸다. 해방 이후 동해선 공사는 중단됐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제진~양양구간은 폐선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남북협력 분위기가 조성되자 남쪽에 제진역이 들어섰다.

고성 제진~북한 감호까지 구간은 2007년 연결됐지만 당시 강릉~제진 구간은 공사비가 많이 소요되는 데다 정권 말기 예산편성이 어려워 착공을 미뤘다. 당시 동해 연안과 육로를 통한 교류가 늘어나면 그때 가서 검토하기로 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됐고 철도는 끊어진 채로 방치됐다.

단절된 강릉~고성 제진 104.6㎞ 구간을 연결하면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동해안을 따라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를 횡단해 유럽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는 2004년 11월에 연결공사를 완료했지만 역시 남북관계 경색과 함께 방치된 상태다.

그 동안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된 데다 단절된 구간도 있는 만큼 연결과 보수작업을 거치면 남북간 물류 동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 경제협력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로도 뻗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용태 코레일 남북대륙사업처장은 “정상회담 선언문에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내용이 담긴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양측간 합의문만 작성하면 경의선은 보수를 통해 바로 운행할 수 있고 동해선은 건설사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6~7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