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경찰 아버지, '리얼돌' 등 성범죄 증거 버려"...처벌 면해

by박지혜 기자
2026.07.01 20:19:05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처음 본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의 성범죄 목적 살해 혐의와 연관된 핵심 증거를 현직 경찰 간부인 그의 아버지가 훼손한 뒤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가 지난 5월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1일 광주지검 등에 따르면 장윤기가 재판에 넘겨지기 전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중 주거지에서 사람 모양의 성인용품인 이른바 ‘리얼돌’ 여러 개와 휴대전화 등이 사라졌다.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현직 경찰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이 사는 원룸에 있던 리얼돌 등 물품을 폐기 처분한 정황을 확인했다.

장윤기의 범행 당일 그의 거주지에서 가슴과 목 부분이 날카로운 도구에 훼손되고 여러 조각으로 나뉜 리얼돌을 발견한 경찰은 성범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으나 ‘우발적 범행’이라는 장윤기의 주장을 뒤집지 못했다.

경찰은 장윤기가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20대 외국인 여성 A씨에게 일방적으로 호감을 표시했다가 거절당하자 분풀이 대상으로 고(故) 이채원(16) 양을 살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경찰이 장윤기 원룸을 압수수색하면서 리얼돌을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증거 확보에 나섰다가 장윤기의 아버지가 리얼돌을 해체한 뒤 광주 지역 여러 곳에 나눠 버린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장윤기에게 강간 등 살인죄를 새롭게 적용했지만 그의 아버지에 대해선 형법상 친족간 특례를 들어 증거인멸 혐의로 형사 입건하지 않았다.

형법 제155조 4항에 따라 타인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지만 친족이 가족을 위해 죄를 범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이 양을 성폭행 목적으로 납치하려다가 여의치 않자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장윤기가 이 양을 등 뒤에서 제압해 차량 쪽으로 끌고 가려 했고, A씨에게 저지른 성폭행과 수법이 일치한 점 등을 근거로 그가 성폭행 계획을 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장윤기는 이 양 살해 이틀 전 A씨 집에 침입해 같은 방식으로 제압 후 성폭행하고 13시간 감금해 약 3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다. 그는 A씨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반복해서 연락하다가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

이후 장윤기는 자신을 스토킹범으로 신고한 A씨를 찾아 거리를 배회하다가 분풀이 대상을 바꿔 밤늦게까지 공부하다가 홀로 귀가하던 이 양을 흉기로 살해했다.

인근을 지나다가 이 양의 비명에 도움을 주려고 다가온 고교 2학년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공소 사실에는 지난해 6∼7월 지역아동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던 시기 여중생의 허벅지 등 신체를 총 7회에 걸쳐 몰래 촬영한 혐의도 포함됐다.

“누구도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을 맞이해선 안 된다”며 이 양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한 이 양의 부모는 “한순간에 딸아이의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긴 저희 부모는 평생을 그날의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부디 우리 아이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하는 가장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고인의 법률대리인은 지난달 장윤기에 대한 첫 공판에서 그가 법원에 제출한 자필 의견서에 ‘수형생활 중간 자격증을 취득하겠다’고 적은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자필 의견서를 보면 강간 목적을 부인하고 있다. 피해자의 시간은 16살에 영원히 멈췄는데, 자신은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고 장윤기를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