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AI로 승부수”…‘최고변화 책임자’ 자처한 정재헌, SKT 체질 바꿨다

by윤정훈 기자
2026.05.14 17:00:03

취임 200일 정재헌 대표, '실적·주가 'V자 반등' 성공
국방부 협력 첫 민간 AI…‘소버린 AI’ 국가 표준 도전
제조·데이터센터·B2B까지…SKT 전방위 AI 전환 가속
고객 현장·조직 혁신 병행…실적·주가도 ‘V자 반등’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국내 대표 통신기업 SK텔레콤(017670)의 첫 법조인 출신 CEO인 정재헌대표가 취임 200일을 앞두고 ‘AI 컴퍼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국방 AI 시장까지 전선을 넓히며 통신사를 넘어 AI 인프라·AX(인공지능 전환)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10월 말 정 대표 부임 당시만 해도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SKT의 AI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시장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정재헌 SKT CEO(사진=SKT)


오는 18일 취임 200일을 맞는 정 대표는 스스로를 ‘최고변화 책임자(CCO·Chief Change Officer)’라고 부른다. 단순한 경영 관리자가 아니라 회사의 체질 개선을 이끄는 CEO가 되겠다는 의미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국방 AI다. SKT는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독파모) 참여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국방부와 협력해 국방 분야 AX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보안과 데이터 주권이 핵심인 국방 영역에 민간 AI 모델이 투입되는 것은 처음이다.

SKT는 자사 초거대 AI ‘A.X K.1’을 기반으로 국방 환경에 최적화한 경량 모델을 구축해 행정 효율화부터 작전 지원까지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버린 AI(데이터 주권 AI)’의 국가 표준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제조 AI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엔비디아와 함께 제조 특화 대형 AI 모델 개발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트윈과 로봇, 거대언어모델(LLM), 3차원(3D) 시뮬레이션 등을 결합한 ‘산업용 AI 서비스 공급 사업자’로 AX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타운홀미팅에서 정재헌 SKT 대표가 임직원들 앞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SKT)


정 대표의 경영 행보에서 또 다른 특징은 ‘고객’을 업의 본질로 두는 철학이다. 취임 직후 첫 공식 일정도 고객 현장이었다.

지난 3월에는 ‘찾아가는 서비스’ 현장을 직접 방문해 어르신들의 디지털 교육을 돕고 고객 의견을 들었고, 5월에는 장기고객 초청 행사 ‘숲캉스 데이’와 구성원 가족 행사에도 참석하며 현장 소통을 이어갔다.



사내 분위기도 달라졌다. 2년 차 주니어 구성원이 단 이틀 만에 개발한 ‘글로벌 일일동향’ 서비스가 실제 업무에 활용되는 등 구성원들의 AI 활용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X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AI 기반 장애 통합 감시 시스템 ‘스파이더’는 구성원 66명이 200여 개 시스템을 연결해 자체 구축한 플랫폼으로, 실제 고장률을 53%, 정비 시간을 8% 줄이는 효과를 냈다.

조직 개편도 이어졌다. 정 대표는 CEO 직속으로 ‘엔터프라이즈 TF’를 신설해 공공·국방 AI와 유무선 B2B 사업 기회를 집중 발굴하도록 했다. AI 데이터센터(DC) 사업 강화를 위해 AI CIC 내 AI DC 사업본부와 개발본부도 별도 조직으로 분리했다.

인사 제도 역시 개편했다. 기존 2단계 직급 체계를 성장 레벨(GL) 중심으로 세분화하고, 관리자 직책이 아니더라도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직무 전문가 트랙’도 새로 도입했다.

SKT는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본사에서 국방부와 국방 AX 촉진을 위한 ‘과기정통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국방 분야 활용’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명국 SKT Industrial AI 본부장, 전준범 국방부 국방인공지능기획국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SKT)


변화는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SKT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3923억원, 영업이익 53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사고 여파를 딛고 실적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사업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1분기 AI DC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9.3% 증가했다. 울산(AWS·100MW), 서남권(오픈AI) 등 주요 거점에서 고객 수요를 먼저 확보한 뒤 구축하는 전략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가 흐름도 달라졌다. 취임 당시 5만원대였던 주가는 최근 10만원을 돌파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SKT 관계자는 “기존 통신 중심 사업 구조를 AI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체질 개선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AI 사업 성과가 본격화할수록 시장 평가도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