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9월 회사채 ‘만기 쓰나미’…7.5조 차환 물량 몰린다

by김연서 기자
2026.08.14 16:47:04

9월, 하반기 회사채 만기 물량 28% 집중
롯데지주·하나증권·코웨이 등 발행 채비
“A급 이상 회사채 발행 이어질 전망”
스프레드 확대…“투자심리 회복 제한적”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오는 9월 7조원이 넘는 회사채 만기가 한꺼번에 돌아온다. 하반기 월별 만기액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여름철 비수기 동안 숨을 고른 기업들은 기존 회사채를 갚기 위한 차환 수요를 중심으로 발행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다만 발행 예정 기업이 대부분 A급 이상에 집중된 데다 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 차도 확대되고 있어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인포그래픽.


14일 본드웹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총 27조3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8%에 해당하는 7조5562억원이 9월에 집중돼 있다. 월별 만기액은 △7월 5조4116억원 △8월 2조8306억원 △9월 7조5562억원 △10월 6조1133억원 △11월 3조4695억원 △12월 1조6547억원이다. 9월 만기액은 8월의 약 2.7배로, 하반기 중 가장 많다.

9월에 만기가 집중된 것은 회사채 시장의 계절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통상 7~8월에는 여름 휴가와 반기보고서 제출 일정이 겹치면서 발행이 줄어든다. 12월에도 기관투자자들이 연말 결산에 들어가 신규 투자가 감소한다. 이에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쉬운 9월에 발행을 늘리고, 이때 발행한 채권의 만기도 다시 9월에 돌아오게 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9월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는 기업은 롯데지주(A+), 한화리츠(A+), 삼양패키징(A-), 우리금융F&I(A0), 대신증권(AA-), 하나증권(AA0), 코웨이(AA-), DB증권(A+), 대한항공(A0) 등이다. JB금융지주(A+)와 iM금융지주(AA-) 등 금융지주사들도 다음 달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7~8월 위축됐던 공모 회사채 발행이 9월 들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다만 발행 예정 기업의 신용등급은 대부분 A급 이상이다. 현재까지 9월 발행을 준비하는 기업 가운데 BBB급은 눈에 띄지 않는다. 금리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채권을 선호하면서 비우량 기업은 공모채 발행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채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크레딧 스프레드도 확대되고 있다. 이날 국고채 3년물과 AA-급 회사채 3년물 간 금리 차는 70.3bp(1bp=0.01%포인트)로, 하반기 시작 시점인 7월 1일의 67.5bp보다 2.8bp 벌어졌다. 연초 52.4bp와 비교하면 확대 폭은 17.9bp에 달한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스프레드가 확대될수록 투자자들이 회사채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는 뜻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나빠지고 투자심리가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스프레드가 좁아지면 회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9월 회사채 발행이 8월보다 늘더라도 크레딧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심리 개선에 따른 발행 확대라기보다 대규모 만기 도래를 앞둔 기업들의 차환 수요가 발행 증가를 이끄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높은 금리 부담으로 기업들이 은행 대출과 기업어음(CP), 메자닌 등으로 자금 조달 수단을 다각화하고 있어 회사채 시장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회사채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기업들이 다양한 조달 수단을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며 “단기금리가 뚜렷하게 안정되지 않는다면 연말까지 일부 캐리 수요를 제외하고 회사채 투자심리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