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국민 재정 안 챙겨"…베이징서도 사실상 빈손, 경제 압박 가중
by방성훈 기자
2026.05.15 15:39:19
베이징선 ''환상적 합의'' 자랑…美 본토는 분노 역풍
갤런당 평균 4.50달러…캘리포니아는 6달러 돌파
여론조사서 75%가 "이란 전쟁이 내 재정 망쳤다"
보잉 200대·대두 구매 전부인 ''스몰딜''…"언 발에 오줌"
공화당 내부서도 균열…밴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 전쟁 협상과 관련해 “미국인들의 재정 상황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정치적 자충수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휘발유 가격 폭등과 고물가에 시달리는 미 국민들의 분노가 잦아들기는커녕 더욱 커지는 가운데, 협력을 기대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베이징 회담마저 빈손에 가까운 결과로 끝나면서 재정 악화 우려가 한층 증폭되는 분위기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중국 방문을 마치고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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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방송과 악시오스 등은 14일(현지시간) 이란 전쟁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백악관에서 ‘미국인들의 경제적 우려가 이란과의 평화협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금도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이란 문제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일한 것은 그들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이라며 “미국인들의 재정 상황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한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놔둘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발언이 미국인들의 체감 고통과 정면 충돌했다는 점이다. NBC뉴스에 따르면 14일 기준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5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난 2월 28일 이후 50%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 알래스카·하와이 등 6개 주에서는 5달러에 근접했고, 캘리포니아에서는 6달러를 넘어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 직후 중국으로 떠났지만, 미국 현지에선 비난과 불만이 폭주하는 분위기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이날 CNN이 공개한 조사 결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분야 지지율은 30%(반대 70%)로 임기 중 최저를 기록했다. 무당파의 79%, 공화당원조차 30%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응답자의 75%는 이란 전쟁이 자신의 개인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원 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미 경제를 해친다”는 답변이 전쟁 직전 13%에서 27%로 두 배 이상 뛰었다. CNN은 “평소에도 일반 시민들의 경제 고통에 무심한 발언이 잦았지만, 이번에는 아예 관심사 자체가 아닌 것처럼 들렸다”고 꼬집었다.
설상가상으로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조차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렇다 할 정치적 출구를 마련해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 정보기관의 기밀 분석을 인용해 “중국이 이란 전쟁을 틈타 군사·경제·외교 전반에서 대미 우위를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회담은 ‘빅딜’은커녕 ‘스몰딜’로 흘렀고, 트럼프 대통령은 “환상적인 무역 합의”라 자평했지만 실제 성과는 보잉 200대 주문(목표는 500대였다)과 미국산 대두·석유·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약속 정도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발표 4시간 만에 번복됐고,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에서도 시 주석은 “도울 수 있는 일은 돕겠다”는 구두 약속에 그쳤다.
성과는 미미한 반면 비용 청구서는 산더미다. 천문학적 전쟁 비용이 투입된 이란 전쟁으로 미 연방정부 재정은 이미 크게 멍든 상태다. 시설 복구와 고성능 무기 재고 보충, 중동 주둔 미군 보훈 비용까지 감안하면 향후 막대한 정부 지출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핵심 카드로 휘둘렀던 관세 수입은 미 연방대법원 위헌 판결 이후 사실상 막혔고, 미국산 농산물 구매 약속을 받아냈다 해도 대중(對中) 무역적자 규모에 견주면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는 평가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할 경우 비협조적 의회까지 마주해야 한다. 베이징을 다녀와도 지지율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공화당 내 반응은 엇갈린다. 재선 불출마를 선언한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우려스럽다”고 했지만, 존 코닌 상원의원(텍사스)은 “그냥 던진 말 정도”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와이오밍)은 “그가 실제로는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논평을 피했고,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발언의 맥락”을 봐야 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JD 밴스 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왜곡 전달됐다”고 주장하면서도 훨씬 유화적인 톤으로 경제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행정부가 미국인들의 재정 상황을 신경 쓰고 있다고 두 차례 힘주어 말했고,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세 차례 거듭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은 “번영을 이루기까지 할 일이 많다”고 인정했으며 “지난달 물가 수치는 좋지 않았다”고도 시인했다.
CNN은 밴스 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트럼프 정치팀 내 수많은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직접 이런 식으로 답하기를 바랐을 만한 정교한 대응이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