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스캔들'로 성장률 급락 우려…한국판 '세개의 화살' 쏴야

by박종오 기자
2016.12.07 17:03:26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내년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습니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기 급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올해 성장률 3.1%→내년 3.4%·국제통화기금 기준)가 예상되는데, 한국 경제만 유독 곤두박질하리라는 것이다. 2.0% 성장률은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0.7%)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나라 바깥 위기 요인에 내부 혼란이 더해져 국내 소비·투자 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KDI는 정부 지출 확대·기준금리 인하·규제 완화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2013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양적 완화·재정 확대·규제 철폐 등 패키지 경제 정책을 추진했던 것처럼, 한국판 ‘세 개의 화살’을 ‘경기 급락 방어’라는 과녁을 향해 쏴야 한다는 이야기다.



KDI는 7일 발간한 ‘2016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전망했던 2.7%에서 2.4%로 0.3%포인트 내려 잡았다. 하향 조정 이유로는 국내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새로운 대외 악재가 등장한 점을 들었다. KDI는 올해 실질 성장률이 1분기 0.5%(이하 전기 대비), 2분기 0.8%, 3분기 0.6%에서 4분기에는 0.0%까지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전망치는 ‘최순실 게이트’에서 비롯한 국내 정치 혼란 여파는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김성태 부장은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내년 성장률이 2.0~2.3% 정도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외 여건이 급변하지 않더라도 내부 요인만으로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기업이 투자를 미루는 등 경기가 추가로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KDI는 기준금리 인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포함한 전방위적 정책 대응을 촉구했다. 정부 소속 연구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재정·통화 당국에 제 목소리를 낸 것이다. 김 부장은 “올해 4분기 성장률과 내년 1분기 경기 흐름을 보고 필요하다면 내년 상반기에도 충분히 추경 편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늘린 정부 지출은 실업 급여 인상, 사회 안전망 강화 등 경기 한파의 직격타를 맞은 실직자와 취약 계층 지원에 투입하자고 KDI는 권유했다.



다만 LTV(주택담보 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는 2014년 최경환 경제팀의 완화 조치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1300조원을 사실상 넘어선 가계부채가 내수의 발목을 잡을 것을 우려해서다.



KDI에 이어 정부도 조만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추가로 낮출 것이 유력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공식적으로 말을 못하지만,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기재부 경제정책국의 한 관계자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내년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하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내년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담는다.

최근 정국을 바라보는 불안감은 행정부도 KDI와 별반 다르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은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황”이라면서도 “이번에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향후 정국이 어떻게 돌아갈지 종잡을 수 없으므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 부총리는 “필요하다면 재정 정책 등 적극적인 정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국회 승인이 필요한 추경 등을 제외하고 당장 쓸 수 있는 카드로는 공기업 투자나 정책 금융 지원 확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