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 반려견 전용 무고통 항암제 임상 3상 착수

by신민준 기자
2024.11.13 16:10:45

3주만에 종양 76% 감소…전이 종양도 74% 줄어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현대바이오(048410)사이언스(현대바이오)가 개발한 무고통 항암제가 사람은 물론 반려견 전용 항암제로도 사용된다.

반려견 대상 폴리탁셀 4.5mg/kg 항암효능시험 결과 유선종양 크기 비교. 투약 전(좌) 유선종양 크기(가로 6.75cm-세로 2.92cm), 투약 후(우) 유선종양 크기(가로 2.74cm-세로 1.67cm). (자료=현대바이오)
현대바이오는 지난달 동물용 의약품 임상시험 전문수탁기업(CRO) 컬프에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승인 아래 진행 중인 반려견 항암제 임상 3상을 위한 유효성 실험에서 자연발생 유선암에 걸린 반려견에게 폴리탁셀을 투여한 결과, 뛰어난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됐다고 13일 밝혔다.

반려견 전용 항암제 품목허가를 위한 임상 3상은 품목허가 승인권자인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청 절차를 거친다. 현재 진행 중인 실험에 동원된 반려견 수는 임상 3상 규모에 합산이 가능하다.

이번 실험에서 현대바이오는 반려견에게 폴리탁셀의 약물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최대무독성용량(NOAEL) 이하인 4.5㎎/㎏을 휴약기 없이 주 1회씩 3회 연속 투여했다. 현대바이오가 3주 후에 관찰한 결과, 유선종양 크기가 투약 전보다 무려 76.78% 감소했다. 특히 림프절에 전이된 종양 크기는 투약 전보다 74.01%나 줄어들어 폴리탁셀이 전이암 치료효과도 뛰어남을 입증했다고 현대바이오는 밝혔다.

현대바이오는 폴리탁셀을 투여한 반려견은 간과 콩팥의 이상 증세, 체중 감소, 스트레스 수치 증가, 골수 억제 현상, 혈소판 감소 등이 관찰되지 않았고 먹이까지 잘 먹었다고 밝혔다. 암에 걸린 반려견은 대개 활력을 잃고 먹이도 잘 먹지 않는다.

황성호 컬프 원장은 “30년 넘게 동물시험을 수행했지만 간과 신장에 아무런 장애가 없고 골수 기능의 저하없이 뛰어난 항암효과가 나타나는 약물은 처음 경험했다”며 “이런 항암제가 있다면 누가 기존의 항암제를 선택하겠느냐. 전 세계 반려견들에게 필요한 항암제가 바로 이런 부작용 없는 약물”이라고 말했다.



현대바이오는 폴리탁셀의 반려견 항암제 품목허가를 신속히 받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유효성 실험에 이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임상 신청 후 개시되는 반려견 항암제 임상 3상도 대규모로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전 세계 반려견에게는 마땅한 전용 항암제가 없어 사람용 항암제를 쓴다. 하지만 비용만 수백만~수천만원이 소요되고 이마저도 심한 약물 부작용 때문에 효과적인 항암치료를 제대로 못한다. 이번 실험 결과로 사람을 위한 무고통 항암제 탄생 가능성도 한층 커진 것으로 기대된다.

폴리탁셀은 지난 2019년 췌장암 이식 쥐를 모델로 한 실험에서도 실험체들의 체중 변화 없이 암조직 90.4% 감소, 생존율 100% 등의 결과를 보여 무고통 항암제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기존 화학항암제는 약물 독성이 심한 데다 항암치료 시 최대무독성용량의 수십 배를 투약한다.

이 때문에 항암제의 독성이 암세포는 물론 정상세포까지 손상시켜 환자들이 골수 기능 저하, 간·콩팥의 이상 증세, 체중 감소, 스트레스 수치 증가, 탈모 등의 고통을 겪는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정상세포 회복을 위해 항암제 1회 투여 후 2~3주간 휴약기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

오상기 현대바이오 대표는 “이번 반려견 실험 결과를 토대로 췌장암 환자 치료를 위한 폴리탁셀 임상계획도 신속히 마련해 보건당국에 신청하겠다”며 “무고통 항암제 시대를 여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진근우 현대바이오 부사장은 “5년 전 폴리탁셀은 췌장암 이식 쥐 모델에서 뛰어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했다”며 “폴리탁셀이 이번에 사람과 쥐보다 항암제의 독성과 부작용에 훨씬 민감한 반려견의 자연발생 유선암에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함으로써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의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