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안 돼”…들불처럼 번지는 ‘여대 존폐’ 둘러싼 격노 시위

by이로원 기자
2024.11.13 16:02:10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 사흘째
광주여대·성신여대 등 연대 의사 밝혀
학생회 측에 기부금 보내고 시위 합류하기도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동덕여자대학교가 학교 발전 계획 수립 과정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남녀공학 전환’ 반발 움직임이 다른 여대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날 광주여대 일부 학생들은 ‘과잠 시위’ 퍼포먼스를 벌이며 연대 활동에 들어갔고, 숙명·덕성여대 등에서도 동덕여대 학생회 측에 기부금을 보내거나 시위에 합류하는 등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 철회를 지지했다.

동덕여대 학생들이 12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공학 전환 논의에 항의한다는 의미로 본관 앞에 학과 점퍼를 갖다 놨다. 사진=뉴시스
13일 광주여대 일부 학생들은 이날 오전 교내 국제회의장 앞 계단에 학교 점퍼와 전공서적 등을 펼쳐놓는 ‘과잠 시위’ 퍼포먼스를 벌였다.

광주여대 역시 올해 4월께 국제학부 등 일부 학과에 한정해 남학생을 모집하는 사안에 대해 재학생 대상 설문을 진행한 사실이 내부에서 재차 거론되며 불안감이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신여대 총학도 이날 대자보를 게시하고 “2025학년도부터 국제학부 한정 외국인 남학생이 입학 가능해졌다”면서 “모집요강 발표 등 일방적인 통보 형태로 주요 정보를 알리지 말라”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성신여대 관계자는 “동덕여대와는 크게 다른 상황”이라면서 “애초에 순수 외국인만 뽑는 학부로, 남녀공학으로 가는 전초전이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반대 여론은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이밖에 숙명·덕성여대 등에서도 동덕여대 학생회 측에 기부금을 보내거나 시위에 합류하는 등 반대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동덕여대 재학생들이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대하며 지난 11일 시작한 시위가 사흘째로 접어들었다. 13일 현재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동덕여대 내 대다수의 건물은 재학생들이 점거한 상태다.

이날 캠퍼스는 학생들이 스프레이 페인트로 쓴 구호로 덮여 있었고 강의 참석을 위해 온 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학교 측은 정상적인 대면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면 전환했다.

학생들은 학교와 소통이 이뤄질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에 대면 소통을 요구했으나 계속 묵살되고 있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는 입장과 대치된다”고 밝혔다.

반면 동덕여대는 남녀공학 전환은 학교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일 뿐으로, 확정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광주여자대학교 학생들이 13일 오전 동덕여대 공학 전환 철회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광주여대국제회의장앞에서 학교점퍼를 펼쳐 놓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여대에서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이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이원복 전 덕성여대 총장은 취임 당시 “성(性)을 뛰어넘은 경쟁이 불가피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남녀공학 대학으로의 전환을 전격 검토했지만 결국 중단됐으며, 성신여대 역시 2018년 공학 전환을 언급했다가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과한 바 있다.

현재 전국에서 남은 4년제 여자대학은 동덕여대, 이화여대 등 7곳이다. 한양여대를 비롯한 전문대를 더하면 모두 14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