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발 모기까지 잡는다… 파주 도라산서 본 모기 감시 현장[르포]

by안치영 기자
2026.05.08 12:01:27

질병청, 파주 접경지서 실시간 모기 감시 체계 소개
AI-DMS·고공포집기로 접경지역 모기 분포·이동 확인
실시간 경보 발령 가능…말라리아 재퇴치에 도움
"기후변화로 감염병 양상 달라져…선제적 대응 기대"

[파주=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7일 취재진이 방문한 경기 파주시 도라산평화공원 한편에 설치된 장비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저녁 6시부터 새벽까지 가동되는 자동모기분류감시장비(AI-DMS, Artificial Intelligence Daily Mosquito monitoring System)다. 장비는 사람의 호흡을 모방해 모기를 유인한다. 모기가 장비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 내부 카메라가 이를 촬영하고, AI가 이미지를 분석해 종류를 분류한다. 육안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은 모기들도 자동으로 판독된다.

자동모기분류감시장비(AI-DMS) 내부 모습(사진=질병관리청)
이희일 질병관리청 매개체분석과장은 장비 덮개를 열어 내부 구조를 설명했다. 포집 장치와 카메라, 분석 모듈이 연결된 구조였다. 이희일 과장은 “모기를 유인해 내부로 포집한 뒤 살아 있는 상태에서 촬영하고, AI가 이미지를 기반으로 종류를 판별한다”며 “분석 결과는 다음 날 아침 서버로 전송돼 전날 밤 어떤 모기가 몇 마리 포집됐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모기 감시는 채집된 개체를 실험실로 옮긴 뒤 현미경으로 형태를 분석하는 방식이었다. 수거와 판독, 분류까지 거치면서 결과 확인에 수일 이상 걸렸다. 반면 AI-DMS는 현장에서 바로 데이터를 확보한다. 질병청은 전문가 판독 대비 약 95% 수준의 정확도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검사자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기존 방식과 달리 AI 분석은 상대적으로 표준화된 감시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질병청은 AI-DMS를 말라리아와 일본뇌염 등 매개체 감염병 대응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뇌염 경보는 특정 모기 개체 수가 기준치를 넘으면 발령되는데, 기존에는 분석 시간이 길어 대응에도 시차가 있었다. 이 과장은 “이 장비는 하루 단위 분석이 가능해 사실상 실시간에 가까운 감시가 가능하다”며 “장비가 확대되면 지역별 예보 체계 구축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일 질병관리청 매개체분석과장이 실시간 모니터링 화면을 통해 AI-DMS 장비로 확인된 모기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질병관리청)
질병청은 이 같은 감시 체계를 말라리아 재퇴치 전략과도 연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말라리아 퇴치 국가로 인정받았지만, 1993년 경기 북부 지역에서 다시 환자가 발생한 이후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산발적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파주·연천·김포 등 경기 북부 지역은 대표적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질병청은 말라리아 대응의 핵심을 ‘조기 발견’과 ‘매개체 관리’로 보고 있다. 말라리아는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어 전파하지만, 반대로 모기도 감염 환자의 혈액을 흡혈하면서 병원체를 획득한다. 환자를 빨리 찾아 치료할수록 감염원을 줄일 수 있고, 동시에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분포를 신속하게 파악해 방제를 병행해야 재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시간에 가까운 모기 감시망 구축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AI-DMS는 총 7대다. 질병청은 향후 각 시·도 단위 설치를 시작으로 보급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장은 “해외에도 유사 장비는 있지만 대부분 실험실 내부에서 사용하는 형태”라며 “야외 현장에서 상시 운용되는 AI 기반 모기 감시 장비는 국내 사례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파주시 장단면 행정복지센터 앞에 설치된 고공포집기.(사진=질병관리청)
이날 취재진은 파주시 장단면 행정복지센터 앞에 설치된 고공포집기도 둘러봤다. 높이 10m 장대 끝에는 직경 1m 크기의 원형 포집망이 달려 있었다. 포집망은 바람 방향에 따라 회전했다. 관계자는 “북한이나 주변 지역에서 기류를 타고 넘어오는 모기를 감시하기 위한 장비”라고 설명했다.

고공포집기는 공중 이동 개체를 포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포집망 안으로 들어온 모기는 아래 수거함으로 이동하고, 이후 촬영과 분류 과정을 거친다. 채집된 개체는 일주일 단위로 회수해 말라리아 감염 여부 등을 검사한다. 이 과장은 “포집되는 개체 수가 많지는 않지만 공중 이동 모기를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중요한 감시 장비”라고 말했다.

실제 이 지역에서는 과거 말라리아 양성 개체가 확인된 사례도 있었다. 다만 해당 개체가 실제 북한에서 유입된 것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북측 지역의 모기 데이터와 직접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풍향과 포집 시점 등을 함께 분석하고 있다”며 “북한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시점과 포집 시점이 겹칠 경우 유입 가능성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남북 공동 감시체계 가능성도 언급됐다. 농촌진흥청은 현재 동남아 국가들과 동일 장비를 활용해 해충 이동 경로를 비교 분석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남북 협력이 가능하다면 유사 장비를 함께 운영하면서 데이터 비교 분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이날 현장에서 “자동화된 감시 장비를 통해 실시간에 가까운 정보 확보가 가능해졌다”며 “지역 맞춤형 감시망 구축과 표준화된 데이터 확보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매개체 분포와 감염병 양상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감시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