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밤바다 밝히던 집어등, 미술관에서 빛이 되다
by홍석천 기자
2026.09.30 19:30:28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10월 9일부터 부지현 개인전
설치·판화 12점 전시…20여 년 작업의 변화 조명
[대구=이데일리 홍석천 기자] 고기를 모으기 위해 제주 밤바다를 밝히던 집어등이 미술관에서 새로운 빛을 낸다. 폐선의 뱃머리와 소금, 물, 움직이는 추가 어우러져 바다의 기억을 전시장으로 옮긴다.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은 10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기획전 ‘부지현의 코스모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을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개막식은 10월 8일 오후 5시 뮤지엄 잔디광장에서 열린다.
이번 개인전은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부지현 작가의 작업을 살펴보는 전시다. 뮤지엄 공간에 맞춰 현장에서 제작한 대형 설치작품 6점과 판화 6점 등 총 12점을 로비와 제1~5전시실에 배치한다. 제목은 칼 세이건의 저서 ‘코스모스’에서 가져왔다.
제주에서 성장한 작가에게 배와 바다는 일상이자 작업의 출발점이었다. 집어등은 초기 판화의 재료에서 실제 빛을 내는 설치작품으로 이어졌다. 작가가 집어등을 ‘어둠을 짙게 만드는 빛’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밤바다의 강한 불빛이 주변 어둠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 | <배> The Boat, 2026, 폐선, 가변 설치.(사진=대구보건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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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로비의 ‘배(The Boat)’에서 시작한다. 실제 폐선의 뱃머리와 손바닥 크기의 조각 100여 개를 활용해 쓰임을 다한 배를 작품으로 재구성했다. 제1전시실의 ‘시간의 표면(Solid Sea)’은 바닥을 채운 흰 소금과 집어등, 돌, LED로 정지된 바다를 연상시키는 공간을 만든다.
제2전시실에서는 과거 작품에 사용했던 모터와 추, 종, 거울, 전구 등을 하나의 설치작품으로 다시 구성한다. 보관된 작업 재료를 현재의 공간에서 작동시켜 작가의 지난 시간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잠정적 형상(Provisional Form)’은 기둥처럼 쌓은 집어등 사이에 회전 광원을 설치한 작품이다. 프리즘과 광학필터를 통과한 빛이 여러 색으로 퍼지며 벽과 공간을 채운다. ‘빛의 숨결(Luminous Breath)’에서는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집어등과 흑백 판화를 함께 배치해 초기 이미지와 현재의 빛을 연결한다.
| | <빛의 숨결> Luminous Breath, 2025, 스테인리스스틸, 집어등, LED, 높이 110cm 지름 80cm.(사진=대구보건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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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빛을 차단한 마지막 전시실에는 ‘Where is it going?’이 놓인다. 물의 파동과 추의 움직임, 떨어지는 물과 변화하는 빛이 서로 영향을 주며 장면을 바꾼다. 관람객은 작품의 형태뿐 아니라 빛과 움직임, 소리로 구성된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김정 인당뮤지엄 관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작가의 작업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과거의 재료와 기록이 현재 작품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