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군 벽 허문 SK하이닉스 통합노조…성과급 넘어 노사관계 바꿀까
by송재민 기자
2026.08.14 15:48:21
생산직·기술사무직 아우른 네 번째 노조 출범
조합원 2760여명…1만8000명 과반노조 목표
PS 현금 지급·교섭 과정 투명성 확보 내걸어
직군별 이해 조율·기존 노조와의 관계가 관건
[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갈등에서 출발한 SK하이닉스 통합노동조합이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새로운 노조 실험에 나섰다. 당장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의 흐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조합원 확대 속도에 따라 직군과 사업장별로 나뉜 기존 교섭 구도를 재편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통합노조 조합원은 이날 기준 2762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구성원 약 3만5000명의 절반을 넘는 1만8000명을 확보해 과반노조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천·청주 전임직과 기술·사무직 등 직군과 근무지역에 관계없이 가입할 수 있으며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상급단체에 속하지 않는 독립노조로 운영된다.
현재 SK하이닉스에는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이천·청주 전임직 노조 등 3개 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통합노조 출범으로 노조는 총 4개로 늘었다. 기존 노조가 직군과 지역별 이해관계를 각각 대변했다면 통합노조는 이를 하나의 창구로 묶어 구성원 대표성과 교섭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통합노조 출범이 곧바로 올해 임단협 참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교섭은 기존 3개 노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통합노조는 홈페이지 질의응답에서 올해 임단협 교섭권과 관련해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를 확보해 과반노조 지위를 획득할 경우 교섭권을 이양받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교섭권 승계 가능 여부와 시점은 법률 검토를 거쳐 다시 안내하겠다고 덧붙였다.
첫 시험대는 ‘PS 현금 지급’…과반 확보가 관건통합노조의 첫 시험대는 출범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초과이익분배금(PS)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PS 상한을 폐지하고 이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지급액의 80%는 당해 현금으로, 나머지 20%는 이후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사측이 올해 교섭에서 PS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구성원들의 반발이 커졌다. 주가에 따라 실제 보상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데다 합의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제도를 다시 협상하는 것은 노사 간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 | P&T7이 들어설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부지. (사진=SK하이닉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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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노조는 PS의 현금 지급 원칙을 지키기 위해 전사적인 반대 서명도 받을 계획이다. 통합노조는 “현금 대신 주식을 지급하는 등 지급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근로자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전사적인 반대 서명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협상 과정에 대해서도 “사측에 공식 회의록과 녹취록 등 증거자료 조회를 요청하고 이를 바탕으로 검증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교섭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존 노조와의 이중 가입도 허용해 출범 초기 외연 확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관건은 성과급을 계기로 모인 구성원들을 장기적인 조직 기반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다.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은 임금 체계와 근무 환경, 인사 제도에서 요구가 다를 수 있다. 통합노조가 이견을 조율하면 대표성을 갖춘 단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기존 노조에 하나가 더해져 사측의 교섭 상대와 노조 간 조정 비용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삼성전자에서도 성과급과 사업부별 보상 격차를 둘러싸고 조합원들이 노조 사이를 옮기면서 과반노조와 교섭대표 구도가 흔들린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합노조가 과반노조가 될 수 있을지, 앞으로 어떤 요구를 내놓을지 아직 알 수 없어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실제 교섭력을 확보하려면 조합원 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직군별로 다른 이해관계를 얼마나 원활하게 조율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