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 회담 급제동 걸며 돌변..풍계리에 후폭풍?

by김영환 기자
2018.05.16 17:36:13

남북 고위급 회담 연기에 북미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도 언급
23~25일로 예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예정대로 진행될까

북한이 오는 23~25일 공개적으로 폐기하겠다고 예고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 이달 초부터 폐기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월 20일과 5월 7일 촬영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의 위성사진(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 큰 암초가 드러났다. 북한이 16일 예고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데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무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불과 15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언론 초청 규모를 밝혔다는 점에서 이번 북한의 변심은 갑작스럽다.

북한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면서 남북 및 북미 교류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그 중에서도 우선적으로 판문점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 이행 문제와 북한이 비핵화의 선제적 조치로 발표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가 향후 어떤 시나리오로 전개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 내주 23일부터 25일 사이에 진행될 것으로 예고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이벤트가 그 일정이 못박혔다는 점에서 첫 고비로 떠오른다. 북측의 예고에 따르면 북한에 초청받은 취재진은 22일 중국 베이징에 집결해 북한 원산 갈마공항으로 이동한다. 22일 이전까지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풍계리 일정 역시 연기될 수밖에 없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이미 이달 초부터 폐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느 때보다 강력한 북측의 비핵화 의지가 드러났다. 일각에서 전문가 집단이 포함되지 않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진정성에 의혹을 드러냈지만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이 “기술적 검증은 핵실험장 폐기 이후에 뒤따라야 하는 문제”라고 밝히면서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북한이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빌미로 남북 고위급 회담을 무산시키고 미국측 강경파들의 비핵화 발언을 문제 삼아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풍계리에까지 파장이 미치는 분위기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순항 기류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메인 이벤트격인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문제까지 들먹인 북한이 사전 이벤트에 불과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 특히 풍계리 이벤트가 양측의 협상 과정에서 조율된 것이 아니라 북한이 선제적으로 내건 조치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반면 북한이 판을 깰 요량이 아니라면 예정대로 풍계리 이벤트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북측이 정부나 외무성 입장이 아닌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 형식으로 이번 불만을 표출했다는 점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한미 정상이 만나서 입장을 조율하고 미국이 볼튼에 대한 내부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북미 정상회담을 잘 치르기 위한 선제적 조치임을 감안하면 늦더라도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