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투쟁' 삼전 노조, 파업 압박…"정당성 잃었다" 비판론

by김소연 기자
2026.04.23 16:54:50

삼성 노조 평택 사업장에 4만명 집결
“성과급, 임금 아냐”…쟁의 명분 도마 위
생산 차질 우려에도 강경 투쟁…여론 싸늘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평택=박원주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3일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파업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평택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에는 약 4만명의 노조원이 집결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며, 관철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노동계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파업 명분을 둘러싼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 초기업 노조는 이날 평택사업장 앞에서 성과급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오전부터 평택캠퍼스 인근은 경찰 통제와 집회 참가자들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23일 오후 12시 30분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입구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사진=박원주 기자)
노조는 회사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이르면 하루 1조원 규모”라며 “파업으로 18일을 멈추면 18조원의 공백이 발생한다. 이것이 우리의 가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이 응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을 예고한 노조의 요구를 두고 여론은 싸늘하다. 업계는 물론이고 내부에서도 “성과급을 받지 못한 일부 사업부의 불만을 동력 삼아 무리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정당성 역시 논란의 지점이 있다. 최근 대법원은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성과 인센티브는 평균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성과급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경영 성과의 사후적 분배’라는 판단이다. 임금이 아닌 이익 배분 구조를 바꾸려고 파업에 나서는 것이 노동3권의 취지를 넘어선 과도한 쟁의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노조가 급여 아닌 성과급 수준을 놓고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파업에 나서는 과도한 쟁의행위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기본적으로 쟁의 행위는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임금이 아닌 이익 배분의 제도를 바꾸기 위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멈추는 것은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이다. 공장이 단기간 멈추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반도체 클린룸을 재가동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반도체가 올해 3월 기준 우리나라 수출의 38.1%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과급 문제로 생산을 멈추는 것은 반도체 산업, 한국 경제를 볼모로 잡는 행위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웨이퍼 대량 폐기 역시 불가피하다. 반도체 제조 공정 핵심 원료인 웨이퍼는 공정 대기 시간을 넘기면 변질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웨이퍼 글로벌 공급 부족 상황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는 곧바로 대규모 손실로 이어진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K반도체의 역대급 실적은 ‘나눠 가질 파티 머니’가 아니라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이라며 “공장을 멈추면 재가동까지 한 달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그럼에도 파업을 강행할 것인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오후 1시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골자로 한 대규모 집회 참석을 위해 결집했다.(사진=박원주 기자)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