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난민’ 만드는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 ‘논란’
by이지현 기자
2024.11.07 16:28:55
집에서 가까운 곳서 재활 치료 효과 기대했지만
소아 수가 추가 6세 이상 아동 병원 진입 문턱↑
연령 차별 없는 재활병원 200여명 대기 세월만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그동안 어린이 재활병원에서 주 2~3일 정도 낮병동 입원치료를 받아왔는데 이젠 주 1회로 줄여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평생 재활이 필요한 아이인데…이젠 어디로 가야 하나요?”
7일 극희귀질환으로 발달장애를 갖게 된 A양의 어머니는 이같이 분통을 터뜨렸다. A양은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발달장애로 걷는 것도 말도 느린 아이다. 경기 구리의 한 재활병원에서 2세부터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걷기 시작했지만 해당병원이 지난 3월 정부의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 시범사업 대상에 선정되면서 A양의 치료시간은 대폭 줄었다. 이유는 정부의 지원사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7세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 시범사업은 2020년 10월 장애아동이 가까운 곳에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내 어린이 전문재활치료 기관을 활성화하고자 도입됐다. 제1기 사업에서 의료비 부담 절감, 충분한 재활치료를 통한 어린이 재활 의료이용 개선으로 90%가 넘는 이용자 만족도를 달성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3월 2차 시범사업 대상을 전국 18개 권역 39개 병·의원으로 확대했다. 재활이 필요한 아이들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다 가정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대상은 건강보험 가입자(피부양자 포함) 및 의료급여 수급권자로서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병에 해당하는 18세 이하 어린이 환자였다. 재활치료가 필요한 아동은 모두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실제 적용 대상은 대부분이 6세 미만으로 한정됐다.
정부는 질병분류로 △달리 분류되지 않은 염색체이상 △기대되는 정상 생리학적 발달의 결여 △근긴장이상 등의 의사 소견이 있다면 지원대상으로 포함한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이러한 소견이 있어 병원을 찾으면 현장에선 6세 이상은 대부분 해당 사항이 없다며 돌려보냈다. B병원 관계자는 “6세 이상이면 선천적인 장애여도 이번 사업에 해당에 되지 않는다”며 “진료를 보고 새로운 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최근 수술 이력이 없다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 지원사업에 포함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치료받던 곳에서 치료거부를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야심 차게 추진하며 ‘6세 미만 소아에게 시행한 경우에는 소정점수의 30%를 가산한다’는 지침을 추가했다. 이 때문에 어린이 재활병원에서는 6세 미만 소아 중심으로 치료를 늘리면서 가산수가가 없는 6세 이상 아동의 치료를 후순위로 미루는 것이다.
경기도 구리의 C병원 관계자는 “2022년생 2023년생 어린아이들의 우선대기가 먼저”라며 “6세 이상은 외래의 경우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용인에서 하남으로 이전을 앞둔 D병원 관계자는 “원래 (치료대상) 기준을 6세로 하고 있다. 신규 주니어의 경우 아예 접수조차 받지 않는 상태”라며 “외래치료는 3개월 이상, 낮병동 대기는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6세가 넘은 아이들은 받아주는 치료실을 찾는 재활 난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주현 씨는 “하남에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에서는 연령에 상관없이 받아준다고 해서 왔는데 이런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 대기만 200명이 넘는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윤인혜 씨도 “어린 아이에게 우선순위가 가는거엔 동의하지만 수가차별로 평생 재활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치료실에서 튕겨져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답답해했다.
B병원에서 만난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만 5세라 정부 지원대상에 포함됐다”며 “월 400만~500만원씩 들어가던 치료비가 50만~60만원으로 줄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경증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모두 치료비 지원에 병원으로 쏟아져나오다 보니 정작 치료를 받아야 할 아이들이 언제 순서가 돌아올지 모른채 대기자에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몇 개월만 지나면 우리 아이도 6세가 도래하는데, 정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 기간 중 제기된 개선점을 수렴하고 있다”며 “상황을 점검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