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단체들 “李대통령, 재제청 요구 철회하라”

by백주아 기자
2026.09.30 18:41:01

착한법·헌변·한변, 대법원 앞 기자회견
“사전 협의·대면 제청 의무 없어…대법원장 제청권 전속 권한”
“국회 동의 절차 검증 보장해야”…청와대·대법원 교착 지속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제청하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해 변호사 단체들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이데일리 DB)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착한법)과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헌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에 재제청 요구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제청의 절차와 형식을 빌미로 국회에 임명동의안 송부를 거부하고 대법원장을 겁박하는 것은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인선의 실질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정권의 의사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근간에서부터 허무는 헌법 파괴적 처사”라고 했다.

이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이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전속적 권한”이라며 “제청이 대면으로 이루어졌는지 서면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같은 형식적 요건은 그 효력과 정당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할 때 대통령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절차나 대면으로 제청해야 한다는 방식은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이에 관한 규정이 없으며 재제청을 인정하는 실정법적인 근거 또한 전혀 없다”고 했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가 국회의 동의권을 가로막는다는 주장도 폈다. 이들 단체는 “제청된 대법관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면 그런 의문은 국회 동의 절차를 통해 공개적으로 검증돼야 한다”며 “이런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청 단계에서 대통령이 임의로 후보자를 취사선택하겠다는 것은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견제와 균형의 경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대법원장의 제청권, 국회의 동의권, 대통령의 임명권은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에 비해 우월하다거나 또는 따른 하나를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라며 “세 권한의 독립적인 행사가 결합해 대법관 임명이라는 헌법적 절차를 완성하게 될 때 대법관 임명은 비로소 헌법적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 제청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열흘 뒤인 같은 달 28일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실질적인 협의 없이 서면 제청이 이뤄졌다”며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25일 만인 지난 22일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2026년 8월 28일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인데,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며 청와대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튿날에도 “제청 과정에서의 절차적 흠결이 존재한다는 사유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기초해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냈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이어가면서 대법관 재제청 문제를 둘러싼 교착 상태가 이날까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