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이만한 적임자 없다…'믿을맨' 김정태, 하나금융 1년 더
by장순원 기자
2021.02.25 19:40:00
작년 경제위기에도 두자릿수 성장 이끌어
코로나 불확실성 속 단독후보로 추대
만70세 규정 1년 남아…차기 양성 숙제
하나금융 임추위, 계열사 CEO '새 판'
하나은행장 박성호·금투대표 이은형
함영주 부회장과 함께 후계구도 급부상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대내외 불확실성 커졌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위기 극복과 조직 안정화에 헌신하겠습니다.”
김정태 회장이 1년 더 하나금융그룹을 이끌게 됐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24일 김 회장을 포함한 4명의 후보를 놓고 고민한 끝에 김 회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후보자들의 비전과 중장기 경영전략, 전문성, 경험을 두루 살펴봤을 때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음 달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주주들과 사전교감이 끝나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것이다.
김 회장은 2008년 하나은행장을 지낸 뒤 2012년 하나금융 회장에 올랐고, 2015년과 2018년 연임했다. 이번에도 연임에 성공하면서 네 번째 임기에 들어간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4연임에 성공한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다.
김 회장의 경영 능력과 조직장악력은 실적으로 검증됐다. 지난 2014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추진해 2015년 통합법인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매년 사상최대치 기록을 깼다. 코로나로 경제가 흔들렸던 작년에도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1년 전보다 10% 넘게 뛴 2조6372억원을 기록했다. 김 회장의 조직 관리와 경영 안목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거둘 수 없었던 성과라는 게 하나금융 안팎의 평가다.
김 회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세 번째 임기를 끝으로 회장직을 내려놓을 생각이었다고 한다. 자신은 그룹의 2인자 역할을 하던 함 부회장에게 자연스럽게 회장직을 물려주고 뒤로 빠지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함영주 부회장과 이진국 부회장이 ‘법률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며 계획이 꼬였다. 후계구도를 놓고 법적인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코로나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후계구도를 놓고 자칫 외풍에 휩싸였다가는 하나금융그룹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 주요 회장 후보가 줄줄이 발목이 잡히자 김 회장의 구원등판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코로나19 비상 상황에 따른 조직 안정을 도모하려면 김 회장의 연임이 불가피하다는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 역시 연임 도전이 자칫 자리에 대한 욕심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회장 후보로 오른 뒤 기자와 만나 “물러나야 할 사람인데, 부담이 크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위기 상황에 놓인 조직을 위해 한번 더 회장직을 수행하기로 결단한 것이다. 가장 큰 걸림돌로 예상되던 금융당국도 이번에는 조용했다.
김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임기는 내년 주주총회까지 딱 1년이다.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상 회장 나이가 만 70세를 넘길 수 없도록 돼 있는데, 올해 김 회장이 올해 만 69세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1년 동안 조직을 안정화해 성과를 내면서 동시에 차기 CEO 후보를 키우는 숙제를 떠 게 됐다. 함 부회장이 여전히 유력한 2인자이지만, 채용비리에 연루돼 법률리스크를 털어내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날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하나은행장을 포함해 5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논의했다. 김 회장은 연임 후 첫 행보로 임추위를 이끌며 자신과 호흡을 맞출 계열사 CEO 진용을 새로 짠 것이다.
우선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장으로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이 유력하다. 박 부행장은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출신으로 하나금융지주 그룹전략총괄, 하나금융티아이 대표이사, 하나은행 개인영업그룹장,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장을 비롯해 전략과 디지털· 글로벌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갖추고 있다. ‘하나금융맨’으로 잔뼈가 굵어 조직을 잘 아는데다, 비서실장격인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해 김 회장과 손발을 맞추기도 수월하다는 평가다. 박 부행장이 회장 후보에 이어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장으로 발탁되면서 ‘포스트 김정태’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글로벌 사업을 총괄했던 이은형 부회장을 하나금융투자 대표로 중책을 맡길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중국 최대 민영투자그룹인 중국민생투자 총괄 부회장 출신의 글로벌 전문가이다. 유력한 회장 후보였으나 선행매매 혐의로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이진국 부회장을 대체할 CEO로 키우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