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본, 위메이드 품었다…박관호 9200억 엑시트

by안유리 기자
2026.07.01 16:06:16

창업주 지분 39.3% 전량 매각
알리바바 연계 네오펄스, 최대주주 등극
텐센트식 지분 투자 넘어 첫 경영권 인수
'미르' IP·판호 시너지 기대

[이데일리 안유리 기자] 위메이드 창업자이자 국내 게임업계 1세대를 대표하는 박관호 의장이 보유 지분 전량(39.33%)을 9200억원에 중국 자본에 매각한다. 그동안 중국 텐센트가 국내 주요 게임사의 2대 주주로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한 사례는 있었지만, 창업주가 경영권까지 넘기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경영권 인수와 창업자 엑시트(Exit), 알리바바 계열 자본의 국내 게임업 진출이라는 점에서 기존 투자와 차별화되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박 의장은 자신이 보유한 위메이드 지분 39.33% 전량을 중국계 투자회사 네오펄스(NeoPulse)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거래는 오는 10월 30일 완료될 예정이며, 네오펄스는 지분 40.25%를 확보해 위메이드 최대주주에 오른다.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 (사진=위메이드)
업계는 이번 거래가 박관호 의장의 엑시트(Exit)와 중국 자본의 전략적 투자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 측이 중국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미르’ 지식재산권(IP)의 사업권과 안정적인 라이선스 수익 구조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위메이드는 최근 수년간 실적 변동성이 컸다. 국내 게임 시장 성장 둔화와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WEMIX)’ 사업 부진이 겹치면서 2023년 11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24년 영업이익 71억원, 2025년 107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블록체인 사업의 부침과 별개로 ‘미르’ IP는 위메이드의 핵심 수익원 역할을 이어왔다. 대표작 ‘미르의 전설2’는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게임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현재도 ‘미르의 전설3’ 등 다수의 라이선스 게임이 서비스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위메이드 라이선스 매출 대부분이 미르 IP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대부터 한국 게임사 눈독들인 알리바바

위메이드 사옥 (사진제공=위메이드)
인수 주체인 네오펄스(NeoPulse)는 알리바바 및 중국 주요 게임사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투자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네오펄스는 지난해 10월 국내에 설립된 투자목적법인(SPC)으로, 홍콩 소재 성송투자유한공사(Shengsong Investment Co., Limited)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성송투자유한공사는 2023년 12월 홍콩에서 설립된 비상장 법인이다.

알리바바가 국내 게임업계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대 초 알리바바 한국지사는 국내 모바일 게임 투자처를 물색했지만 실제 대형 인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번 거래는 당시와 달리 국내 대표 게임사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는 이번 거래가 기존 중국 자본의 투자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텐센트는 국내 게임사의 2대 주주로 참여하며 글로벌 및 중국 퍼블리싱 권한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에 집중해 왔다.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대신 콘텐츠와 사업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이번 위메이드 인수는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경영권 인수라는 점에서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사실상 첫 사례로 꼽힌다.



현재 텐센트 계열 이미지프레임인베스트먼트는 크래프톤 지분 14.40%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과의 지분 격차는 1.15%포인트다. 넷마블에서는 방준혁 의장이 25.29%, 텐센트 계열 한리버인베스트먼트가 18.3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시프트업 역시 김형태 대표(38.43%)에 이어 텐센트 계열 에이스빌 PTE. LTD가 34.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자본은 일부 게임사의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넷마블에는 텐센트의 리나촨 사업개발총괄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시프트업에는 텐센트홀딩스의 밍리우 CEO가 기타비상무이사로 각각 활동하고 있다. 다만 이는 소수 지분 투자에 따른 이사회 참여 수준으로, 창업주로부터 경영권 자체를 넘겨받은 사례는 이번 위메이드가 처음이라는 평가다.

판호 발급 활성화 및 중국 시장 협업 확대 기대

올해 1월 중국 시장에 정식 출시한 미르 M(사진=위메이드)
위메이드는 이번 거래를 계기로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 발급과 현지 퍼블리싱 협력, 사업 확대에 우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미 중국 사업 기반도 확대해 왔다. 지난해 하이난, 상하이, 사오싱에 소프트웨어 개발·판매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베이징 법인도 추가로 세우며 현지 사업 거점을 넓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중국 시장 진출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판호 발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던 판호 발급 절차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메이드의 MMORPG ‘나이트 크로우’는 지난달 29일 중국 외자판호를 획득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게임은 2025년 하반기 판호를 신청한 뒤 약 1년 만에 허가를 받았다.

박관호 의장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매각을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 큰 시장으로의 확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라며 “게임 산업은 더 이상 한 국가 안에서 완결되지 않는다. 한국 시장만으로 회사의 미래를 그리던 시대는 지났다”고 밝혔다.

박 의장의 향후 거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계기로 박 의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중국 측이 선임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박 의장은 원래 경영 전면에 나서는 스타일은 아니었다”며 “장현국 전 대표가 떠난 뒤 직접 대표를 맡은 것도 일시적 성격이 강했던 만큼, 향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