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재무구조 개선됐지만 신용등급 방향전환은 아직

by이명철 기자
2017.03.30 18:24:32

한기평 “실적 개선·차입금 감소에도 신용 전망 부정적”
건설·인프라코어 유동성 우려 여전…두산 지원 가능성↑

두산그룹 차입금 · 수정차입금 · 수정차입금의존도.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두산그룹 실적과 재무구조가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두산건설(011160),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등 계열사 유동성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동안 계열사 지원에 앞장서던 두산중공업(034020) 대신 두산(000150)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룹 전체 신용등급 방향성은 아직도 난망이라는 판단이다.

김동혁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30일 ‘두산그룹 크레딧 이슈 및 신용도 전망’ 웹세미나에서 “지난해 그룹 전반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차입금 규모도 축소됐지만 그룹 신용등급의 방향성은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사업부·자산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두산의 수정순차입금(상환전환우선주(RCPS)·신종자본증권 포함)은 2015년말 13조8000억원에서 작년말 11조3000억원으로 감소했다. 2015년 1.4%에 그쳤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6%로 상승했다. 차입금 감소는 과중한 재무부담과 유동성 부족을 보인 두산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에 집중됐다. 비용절감과 중국법인·두산밥캣 실적호조로 두산인프라코어 수익성이 개선됐고 두산중공업 영업이익 규모도 확대됐다. 두산은 면세점 등 신규사업이 손실을 봤지만 기존사업 실적은 개선됐다. 두산건설도 원가율이 소폭 개선됐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은 계열사간 강한 재무 연계성이 재확인됐다는 것이다. 두산건설 유동성 부족 우려로 계열사 자산매입 등 자금지원이 빈번했는데 RCPS를 포함한 계열사 자금부담액은 총 7317억원으로 두산중공업이 가장 많은 4808억원을 부담했고 디아이피홀딩스와 두산이 각각 1172억원, 616억원을 지원했다. 그는 “그룹내 계열사 재무 연계성이 강한 수준으로 실적 부진과 유동성 부담을 나타내는 개별기업 위험이 다른 계열사의 자금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두산그룹 각 사별 차입금의존도 추이.
각사별로 살펴보면 우선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공작기계 사업 매각과 두산밥캣의 기업공개(IPO)로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국내 본사와 중국 법인 실적이 회복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국내 본사의 이자보상배율은 1배 미만이고 1년 내 만기가 도래할 수정차입금은 2조원에 달한다. 그는 “두산밥캣 지분 가치를 활용해 위기 벗어났다고 하지만 근원적으로 개선되진 않았다”며 “두산밥캣 지분 매각 등 자산가치 활용과 실적 개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대규모 자산 매각을 실시한 두산건설은 영업수익성도 개선됐지만 차입금 부담은 여전히 과중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차입금은 줄었는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증가해 실제 재무부담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고 영업이익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금융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차입금 54%, PF 우발채무 74%가 3개월 내 만기 도래해 유동성 우려는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수주가 본격화되면서 내년부터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두산인프라오커와 두산건설의 유동성 부담에 비하면 자체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계열사 사업 연계성이 높은 두산은 두산중공업의 지원 여력이 축소되면서 계열 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다. 그는 “지난해 7월 두산메카텍 지분 매입 때도 두산 100% 자회사인 디아이홀딩스가 참여한 바 있고 두산중공업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에도 두산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